[사설] ‘차이완 시대’ 맞설 수출 전략 시급

입력 2010-06-29 17:45

중국과 대만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차이완(China+Taiwan)이라고도 불리는 중화권 자유무역지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이번에 체결된 ECFA는 ‘경제국공(國共)합작’이라 불릴 만큼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대만의 539개 상품, 중국의 267개 상품에 대해 상호관세가 대폭 낮아진다. 양측은 이들 품목을 향후 2년 내에 3단계에 걸쳐 관세를 내린 후 무관세를 시행키로 했다. 서비스 산업의 대규모 개방도 이뤄진다. 중국 측은 은행 증권 보험 회계 병원 컨벤션 컴퓨터 및 관련 서비스 등 11개 서비스 업종을 대만에 개방하고, 대만도 은행 컨벤션 전시회 등 9개 서비스 업종을 중국에 개방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ECFA가 본궤도에 오르면 인구 14억명, 역내 총생산(GDP) 5조3000억 달러의 거대 시장이 형성되고 중국과 대만의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과거에 비할 바 없이 커진다. 최근 수년간 중국 수출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한국 정부와 기업엔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 대만은 산업구조가 유사한 대(對)중국 수출경쟁국으로 주요 수출품목이 크게 겹친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의 대(對)중국 주요수출품목 20개 가운데 14개가 중첩된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석유화학제품, 전화기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품목은 ECFA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 같다. 또 우리 기업들은 지금도 중국에서 대만 기업에 비해 직접투자 등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데 ECFA는 이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최선책은 한·중 FTA를 체결하는 것이다. 정부는 늦어도 2∼3년 내에는 이를 타결시킨다는 각오로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또 그때까지 국내 기업들이 대만 기업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ECFA가 가져올 파장과 불이익을 면밀히 연구하며 제품 차별화와 ‘고품격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대중 수출전략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