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사 출혈경쟁 피해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10-06-29 17:45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업체들 간 경쟁은 필수적이지만, 그것도 지나치면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은 언뜻 보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부메랑처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신용카드 업계의 경쟁이 점점 심해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카드업체들이 죽기 살기 식으로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주유소나 영화관 등이 주류를 이뤘던 신용카드 할인혜택이 요즘은 교통, 통신요금 할인에다 쇼핑전용 카드까지 등장하고 할인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TV를 켜면 온통 톱스타를 모델로 한 신용카드 광고가 도배를 한다.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지난해 말 현재 1억699만장으로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억장을 넘어섰다. 당국의 단속으로 거리 모집은 자제하고 있지만 쇼핑센터나 놀이공원 등에서는 사은품 등 미끼를 내걸고 카드발급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모집인에게 장당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수당을 지급하다 보니 일부를 떼어 현금으로 유혹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출혈경쟁에 따른 카드업계 비용 증가는 가맹점 수수료를 비싸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업소들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나라 카드결제 가맹수수료는 2∼3%로 선진국에 비해 3∼4배 높다. 당연히 중소상인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는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회사들은 또 고객들에게 높은 현금수수료율이나 연체이자를 매겨 손실을 벌충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내려도 수수료율이 내리지 않는 이유다.
결국 다양한 할인 혜택을 앞세운 유혹은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다름 아니다. 2003년 카드대란 때에 비해 연체율이 낮아 신용불량자 양산의 위험성은 크지 않다지만 카드사들의 출혈경쟁은 또다시 공적자금 투입사태를 초래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렇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지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