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그들은 ‘화려한 축구’를 버렸다… 브라질-네덜란드, 실리축구로 승승장구
입력 2010-06-29 17:48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변신이 의미심장하다. 공격 축구의 대명사였던 두 팀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수비 조직력을 앞세운 실리축구를 내세우고 있다.
브라질 대표팀은 남미 예선 때부터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화려한 공격축구가 사라진 탓이다. 안정된 수비 라인을 강조하다보니 윙백의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기 힘들어졌고, 조직력에 의한 공격을 추구하다보니 현란한 개인기에 의한 득점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월드컵이 시작되자 이러한 비판은 힘을 잃고 있다. 기술 축구에 조직력까지 더해진 브라질 축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별리그에서 2골을 내줬던 수비진은 경기를 치를수록 벽을 더 높이 쌓고 있다. 칠레는 남미예선에서 32골이나 넣었던 강력한 공격력의 팀이지만 바스투스(올랭피크리옹)-주앙(AS로마)-루시우(인터밀란)-마이콩(인터밀란)으로 이어진 브라질 수비진을 뚫지 못했다.
호비뉴(산투스)-카카(레알마드리드)-파비아누(세비야)로 이어진 삼각 편대의 공격력 또한 녹슬지 않았다. 삼각 편대가 원터치 패스로 만들어낸 칠레전 두 번째 골은 압권이었다. 현란한 드리블이 아니라 정확한 패스워크와 놀라운 골 결정력만으로도 아름답고 완벽한 골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유럽에서 공격축구를 대표하던 네덜란드 역시 달라졌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토털사커’로 그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들어 수비를 강조한 전술로 차곡차곡 승리를 챙기고 있다.
좌우 윙백 판브론크호르스트(페예노르트)와 판데르빌(아약스)은 돌파력을 갖췄지만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니헐 더용(맨체스터 시티)과 마르크 판보멀(바이에른 뮌헨)을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배치. 중원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상대 공격을 1선에서 차단하는데 용이하다)로 내세운 네덜란드는 공격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서도 볼을 뺏기지 않는 경기 운영을 했다.
조급해진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로번(바이에른 뮌헨)과 스네이더르(인터밀란), 판페르시(아스널), 디르크 카위트(리버풀)가 일제히 달려들어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 전반 18분 상대 공격수의 볼을 빼앗아 단 한 번의 롱패스를 로번에 연결해 득점했던 모습은 네덜란드 득점 공식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실리축구로 변신한 두 팀은 다음달 2일 8강전에서 맞붙는다. 어느 팀이 더 완벽하게 변신했는지는 이 경기 결과에 따라 갈린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