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의 핵’ 유격수가 젊어졌다
입력 2010-06-29 17:41
유격수는 내야 수비진의 조율자다. 가장 많은 타구가 향하는 위치인 만큼 본인의 수비력이 퍽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주자의 도루나 중계 플레이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으며 수비 위치를 조정하고 2루 베이스 커버를 누가 들어갈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에다 다른 내야수들을 지휘해야 하는 능력도 필요한 위치다.
그래서 유격수는 대개 경험많은 베테랑이 주로 맡았다. 포수와 함께 신인급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가 가장 어려운 위치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전혀 다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어린 선수들이 대거 각 팀의 유격수 자리를 꿰어차고 있는 것이다.
LG 유격수 오지환(20)은 시즌 개막부터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았다. 28일 현재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박종훈 감독의 믿음은 변함이 없다. 고졸 2년차인 만큼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타율은 0.244로 기대에 못미치고 있지만 홈런 5개에 31타점을 올리는 등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 역시 최근 들어 국가대표 유격수 박진만 대신 고졸 2년차 김상수(20)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출장 경기수가 아직 많지 않지만 김상수는 연일 호수비로 선동열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실책은 불과 3개로 삼성 내야진이 한결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KIA의 고졸 3년차 김선빈(21)은 시즌 중반부터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입단 초기 평범한 플라이볼을 여러 차례 놓치는 등 불안했던 수비 능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할대(0.303) 타율을 유지하며 타선 부진에 허덕이는 KIA 타선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대형 유격수로 주목받은 넥센 강정호(23)도 아직 고졸 5년차의 어린 선수다. 시즌 초반 잦은 실책과 타격 부진이 겹치며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어느새 3할 가까운 타율(0.295)에 홈런 9개를 쳐내는 등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고졸 4년차인 롯데 김민성(22)도 주전 유격수 박기혁의 부상으로 인해 내야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지난해 전천후 내야 백업 요원으로 114경기에 출장하며 쏠쏠한 실력을 과시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위기에 처한 롯데 내야를 안정시킬 재목이라는 평가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