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誤審 월드컵
입력 2010-06-29 17:39
남아공월드컵 축구를 보는 맛이 많이 떨어졌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지난 주말 16강전에서 석패해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데다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터무니없는 오심(誤審) 탓이다.
29일 치러진 잉글랜드-독일 전에서는 전반 38분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퍼드가 날린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골라인 안쪽을 찍고 나왔지만 주심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은 잉글랜드가 1대 2로 밀리고 있었다. 오심만 아니었다면 잉글랜드가 1대 4로 지는 사태는 없었겠다.
44년 전엔 정반대 상황이 있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은 잉글랜드와 독일. 2대 2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제프 허스트가 쏜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바깥쪽으로 떨어졌지만 주심은 골로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4대 2로 이겨 처음으로 줄리메컵(월드컵)을 차지했다.
우리 대표팀도 오심에 울어야 했다. 우루과이 전 후반 18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드리블하던 기성용 선수를 우루과이 수비수가 발목을 강하게 밟아 넘어뜨렸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더라면 0대 1로 뒤지고 있는 상황을 단숨에 반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우리 팀에 유리했던 오심도 있었다. 우루과이 전 전반 44분 페널티 박스 안 쪽에서 벌어진 카바니의 슛은 기성용 선수의 왼쪽 손목을 막고 튕겨나갔지만 주심은 알아채지 못했다. 고의적인 것은 아닌 듯했지만 주심이 반칙을 선언해 페널티킥을 줘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서 착한 오심, 화나는 오심이 있을 수 있다. 이번 잉글랜드 전에서의 오심에 대해 독일 선수 토마스 뮐러는 44년 만의 보상이라고 논평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심이 만연하면 경기의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심으로 얻은 부끄러운 승리에 박수를 칠 사람은 없다.
타 종목에서는 카메라 설치, 비디오 판독, 전자센서 도입 등 오심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인데 국제축구연맹(FIFA)은 오심도 경기의 한 축을 이룬다는 입장이다. 대신 2014년까지 부심 2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정도다.
제프 블래터 FIFA회장도 “축구는 인간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오심의 영역’이란 말로 들린다. 골과 직결돼 승패를 좌우하는 오심이 거듭되면 축구의 위상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FIFA가 권위주의에 빠져 오심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것은 축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