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유전자 조작 인류에 던지는 경고… 영화 ‘스플라이스’
입력 2010-06-29 18:04
철학이 없는 과학은 위험천만하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더 그렇다. 과학이 초래하는 결과물이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혹은 가치관에 따라 큰 선물이 될 수도 있고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스플라이스’는 인류의 맹목적인 과학 기술 발전에 경고를 던진다. 실력이 출중한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와 엘사는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 다종 DNA 결합체를 만들어 동물용 의약 단백질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과학적 욕심도 점점 커진다. 결국 이들은 다종 DNA와 인간 여성의 DNA를 결합시켜 드렌이라는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드렌은 인간과 비슷한 외모, 꼬리에 감춘 독침, 새와 비슷한 다리를 가진 지구상에는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클라이브와 엘사는 무럭무럭 자라는 드렌을 보며 과학적 호기심을 채워나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인간의 감성까지 가진 드렌은 클라이브와 이성적인 교감을 시도한다. 그리고 드렌은 상황에 따라 성(性)이 변하는 양서류의 특성이 있었다. 과학자로서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인격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는 클라이브와 엘사는 드렌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연속된 정육면체 방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그린 스릴러 ‘큐브’(1997)를 연출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은 이 영화에서 요란하진 않지만 섬뜩한 스릴러를 선보인다. 복제된 동물이 탄생했고, 인간 배아 연구를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지는 등 인간이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현 시점에서의 과학적 시도들로 인해 이 영화의 개연성은 더욱 커진다.
자신이 벌인 무모한 일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이미 갈 데까지 갔다”면서 실험을 계속 하려고 하는 영화의 결말은 충격적인 느낌마저 준다.
기이하지만 매력적인 생명체 드렌은 프랑스 출신의 모델 겸 배우 델핀 샤네끄가 연기한 것을 토대로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완성했다. 7월 1일 개봉. 18세가.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