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딴판’ 황당 버전… 돌아온 슈렉 “친구들이 이상해졌어요”

입력 2010-06-29 18:03


영화 ‘슈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01년에 탄생한 ‘슈렉’ 시리즈는 기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완전히 전복하는 파격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악당이거나 변방의 캐릭터인 괴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고, 마법에 걸린 공주는 진실한 사랑을 얻고 저주에서 풀렸으나 아름다운 공주의 모습이 아닌 괴물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에 ‘슈렉’은 각종 동화를 뒤트는 패러디와 위트 넘치는 캐릭터로 무장해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어진 속편은 1편만큼 기발하진 못했다. 2편은 1편의 플롯을 반복하는데 그쳤고 3편은 오히려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구조를 따라갔다. 캐릭터마저 별반 차이가 없어서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편인 ‘슈렉 포에버’는 제작진의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같은 캐릭터와 이야기로 재미를 더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제작진은 이야기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 노릇에 지친 슈렉은 단 하루만이라도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때 겁나먼 왕국을 노리는 마법사 럼펠이 나타나 하루 동안 자유를 주겠다며 계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한다. 약속대로 하루를 받은 슈렉 앞에 펼쳐진 상황은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다. 그의 단짝 친구인 동키는 슈렉을 보자 기겁하고 도망간다. 날렵했던 장화신은 고양이는 쥐와 밥그릇을 공유하는 뚱뚱한 D라인 고양이가 돼 있다. 사랑하는 피오나는 럼펠에 대항하는 저항군 대장이 됐다. 모두 자신이 알던 이들이 아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슈렉은 모든 것을 되돌리고자 럼펠을 찾아간다.

슈렉 주변 인물들이 그를 모른다는 설정을 통해 ‘슈렉 포에버’는 외전(外傳)의 성격을 확보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걸 기억하는 슈렉이 있기 때문에 지난 시리즈와의 연속성도 가지게 된다. 여전히 수다스럽지만 슈렉을 무서워하는 동키는 1편을 연상시킨다. D라인 고양이가 돼 버린 장화신은 고양이는 변해버린 외모와 행동을 통해 웃음을 자극한다. 그의 필살기인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동정심 자극하기는 여전하다. 슈렉에 관심이 없는 피오나와 그런 피오나에게 구애하는 슈렉의 모습도 끝을 궁금하게 만든다.

전용덕 감독이 레이아웃 총괄감독으로 참여한 ‘슈렉 포에버’는 전편이 그랬듯 시각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피리 부는 사나이의 연주에 집단 최면이 걸린 슈렉, 피오나 등이 단체로 춤을 추는데 이때 부채춤이 등장한다. 이어서 비보이 댄스가 등장하는데 한국의 비보이 댄스팀 T.I.P의 안무가 사용됐다.

‘슈렉 포에버’는 요즘 애니메이션의 추세에 맞춰 3D로 제작됐다. 하지만 3D를 느낄 만 한 장면이 별로 없어서 굳이 3D로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오히려 3D 특성상 화면이 어두워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 ‘슈펙 포에버’는 야간 장면이 많아 안 그래도 어두운 편이다.

한국어 더빙 버전에는 개그맨 이수근이 럼펠 목소리를 연기한다. 유명세에 비해 목소리 연기가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이수근의 목소리 연기는 전문 성우 이상으로 자연스럽다. 7월 1일 개봉. 전체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