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서장’의 반기 경찰 내부 술렁… ‘항명 사태’ 배경·파장

입력 2010-06-28 21:36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의 항명 파동으로 경찰 조직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특히 현직 경찰서장이 경찰 인사와 승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내부의 평가시스템을 문제 삼아 지방경찰청장의 퇴진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채 서장이 조현오 서울 지방경찰청장의 퇴진을 주장한 것은 ‘조현오식 성과주의’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조 청장이 강북서 등 평가 성적이 나쁜 경찰서를 대상으로 집중 감찰까지 해가며 압박을 가하자 4개월간 꼴찌를 한 채 서장이 참다 못해 반기를 든 것이다.

채 서장은 28일 강북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법 집행기관이면서 동시에 인권 수호기관인데 현 지휘부가 들어오면서 실적에만 매달리게 됐다”며 “현행 실적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양천서 사건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적을 승진이나 보직 인사의 기준으로 삼으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범인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성과주의에 대한 채 서장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서울경찰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근무 지시 및 과잉 경쟁, 실적만능 사례가 발생할 경우 평가 순위를 대폭 하향 조치하고 있다”며 “양천서 사건은 인권의식이 모자란 극소수 직원의 잘못된 범죄행위이다. 성과주의로 인해 양천서 사건이 생겼다고 보는 시각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조 청장도 “일하는 사람이 승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성과를 인사에 반영했다”면서 “(이전 평가에서) 중위권을 유지하던 경찰서가 4개월간 꼴찌하는 건 서장의 문제가 아니냐”고 발끈했다. 조 청장은 “채 서장이 민생 치안은 뒷전으로 하고 양로원 봉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경찰 내에서 조 청장은 성과주의자로 꼽힌다. 그는 부산경찰청장 시절 성과주의를 도입했고, 경기경찰청장 시절에는 성과주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조 청장의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경찰 조직 내에 경쟁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평가와 과도한 실적주의를 유발해 형사들이 잡범이나 잡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는 반응으로 갈린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모 경사는 “성과주의는 그 지역의 특성과 시기 및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수치상으로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공정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항명 파동은 조 청장과 채 서장의 개인 갈등이 폭발한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외무고시 출신인 조 청장과 경찰대 1기생인 채 서장은 둘 다 엘리트 의식이 강한 데다 조직 관리 등 업무 스타일도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