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첫 여성 총리 탄생… 이민자 부모의 교육열 덕분

입력 2010-06-28 22:04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중 한 명으로 만든 것은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었다.’

‘광부의 딸’이자 이민자 출신인 줄리아 길러드(49) 새 호주 총리의 성공 뒤에는 부모의 눈물겨운 삶의 투쟁사가 배어 있다.

길러드 총리의 아버지 존(91)은 영국 웨일스의 조그만 광산 지역에서 태어났다. 공부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해 12세 때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딸에게만은 가난을 대물림할 수 없었다. 따라서 그는 야채 가게 점원으로, 석탄 검사원으로, 경찰관으로 열심히 살았다.

존은 “내가 학업의 기회를 빼앗겼기 때문에 만약 우리의 아이들에게 학문적 잠재력이 있다면 모든 것을 주겠다고 생각했고 아내 모리아도 동의했다”고 회상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7일 인터뷰 기사로 밝혔다.

문제는 그의 딸이 흉부 감염으로 겨울엔 따뜻한 실내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추운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 탓에 병세가 악화되자 존은 마침내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곳은 기후가 온화한 호주였다.

딸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훌륭한 학자로, 그리고 변호사로 성장했다. 존은 “줄리아는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했을 것”이라며 “15세 되던 줄리아가 노동당에 가입했을 때 법률 공부를 조언했고, 그녀가 훨훨 날 수 있도록 풀어줬다”고 말했다. 딸은 마침내 첫 호주 여성 총리가 됐다.

길러드 총리의 인기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이 여론조사업체 뉴스폴에 의뢰해 길러드 총리의 취임 다음날인 지난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42%로, 2주 전 조사 때의 35%에 비해 7% 포인트 상승했다. 차기 총리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조사대상 중 53%가 길러드 총리를 지목했다. 조기총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길러드 총리는 28일 자신이 담당했던 교육·고용·노사관계부 장관에 사이먼 크린 무역부장관을 임명하는 등 극소폭 개각을 단행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