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문수사 책임 싸고 ‘항명 사태’
입력 2010-06-28 22:08
서울 양천경찰서의 가혹행위수사와 관련해 서울 시내 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조 청장이 과도한 실적주의를 조장해 양천서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주장이다. 일선 서장이 지방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채수창(48)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28일 강북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천서 사건은 가혹행위를 한 담당 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도 크다”며 “이런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조 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채 서장은 “저 역시 경찰서장으로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검거실적 강요에 휘둘리며 직원에게 무조건 실적을 요구해온 데 책임을 느낀다. 오늘 중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대 1기인 채 서장은 지난해 3월부터 강북서장으로 재임해 왔다.
채 서장은 최근 4개월 동안 서울경찰청의 실적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집중 감찰을 받아 왔다.
조 청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채 서장은 업무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찰이 국민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파문이 일자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전국 지방경찰청장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성과주의의 부작용과 평가시스템의 운영상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채 서장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해 조직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직위 해제했다. 후임에는 백운용 서울경찰청 교통관리과장이 임명됐다.
엄기영 박유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