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여아 성폭행 용의자 몽타주 배포… 173㎝ 30대, 마른 체격
입력 2010-06-28 21:41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8일 동대문구 아동 성폭행 용의자 몽타주를 배포하고 공개수사를 시작했다. 피해 아동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학교에 등교해 수업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조퇴했다.
◇경찰, 공개수사 돌입=동대문경찰서는 “키 173㎝, 마른 체격에 하얀 얼굴을 지닌 30대 남성을 용의자로 추정하고 공개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범행 당시 검정색 바탕에 APC 마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경찰은 이 티셔츠가 30만원 상당의 고가품으로, 진품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187명의 행적을 쫓고 있다. 경찰은 또 범행 장소 인근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일단 단서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동대문구에 있는 CCTV를 모두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용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 등이 묻어 있는 이불과 옷을 감식 중인 국과수 관계자는 “이르면 29일까지 결과를 (경찰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아동 수업 참여 의사 밝혀=피해 아동인 A양(7)은 학교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트남인인 A양의 어머니는 서툰 한국말로 “아이 상태는 괜찮다. 지금은 울지 않는다”고 말했다.
A양과 부모는 이날 오전 A양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교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학교 교장 B씨는 “A양은 수업에 참여하고 싶어했으나 부모와 학교 측 만류로 돌아갔다”며 “표정이 밝아 내일쯤 학교에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A양은 현재 성폭행 사건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에 대해 ‘나쁜 아저씨’라고 말했으며, 피의자 티셔츠에 새겨진 알파벳도 경찰에게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가정 어린이 범죄 노출=A양이 살고 있는 집은 30㎡가 채 되지 않는 반지하 단칸방으로 창문은 단 한 개였다. 칸막이로 나뉜 방을 부모와 A양이 각각 쓰고 있었다. A양 방은 벽지에 곰팡이가 피었고 낮고 허름한 침대가 한 개 있었다. 범행 장소 일대 반지하방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선이다.
A양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는 봉제공장에 다니는 부모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놀거나 혼자 시간을 보냈다. 주민 박명수(51·여)씨는 “6월 들어 어린이집 근처에서 지퍼를 내리고 생식기를 만지는 남자를 2, 3차례 목격했다”며 “동네가 무방비지대”라고 걱정했다.
사건 당일 A양을 목격한 주민 이정옥(63·여)씨는 “한 남성과 A양이 웃으며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며 “잠시 후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니 두 사람이 사라졌으며, 이때가 범행 시간인 낮 12시30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A양의 진술에 따라 그려진 몽타주와 달리 용의자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유리 유성열 노석조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