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性충동 약물치료… 법무부, 국회 계류법안에 수정의견 검토

입력 2010-06-28 18:44


최근 도입 논의가 활발한 성폭력범의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 방안에 대해 법무부가 용어를 ‘성충동 약물 치료’로 바꾸고, 성범죄자 석방시점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법무부는 28일 “별도 입법이 아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수정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화학적 거세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법안은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이 2008년 9월 대표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무부는 이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내용 중 화학적 거세 순서와 용어, 대상자 범위 등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법무부는 우선 형 집행에 앞서 6개월간 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도록 돼 있는 법안 13조를 바꿔 형기 종료에 임박한 시점에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약물치료는 영구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석방에 임박한 시점에 치료를 받고 석방 후에도 치료를 이어가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김현채 보호법제과장은 “현재 법안대로라면 범죄자가 석방될 때쯤엔 치료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는 화학적 거세도 가석방 시점에 맞추고 있다.

법무부는 특히 법안에 명시된 ‘화학적 거세’ 용어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화학적 거세는 성충동을 조절하는 약물 치료일 뿐 영구적이지 않고 외과 시술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성충동 약물 치료’가 적합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용어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 유형 및 원인에 따라 치료효과도 달라진다는 점을 들어 과잉성욕, 소아기호, 사회에 대한 증오 등 원인을 먼저 따져보고 화학적 거세를 시행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에는 화학적 거세 대상을 ‘성도착증 환자 또는 상습적 성범죄자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아울러 화학적 거세 치료를 받을 경우 가석방 조건을 완화해 주는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가석방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훈 교수도 최근 열린 한국형사법학회 학술회의에서 “화학적 거세 치료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며 “일반적인 가석방과 동일한 조건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약물치료에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고, 1년에 300만원 이상 드는 비용은 수형자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