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제 시행 D-2… ‘夏鬪 전운’ 감도는 노동계

입력 2010-06-28 21:44


타임오프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노동계에 ‘하투(夏鬪)’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동계는 타임오프제가 노동자의 권익을 저해한다고 판단,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사용자 측은 타임오프제와 관련한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면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제도를 위반하는 경우 엄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상급단체 파견자도 유급 보장=최근 단체협약을 체결한 K사는 노조 전임자 외에 사무여직원 1명을 유급 대상으로 별도 인정했다. 신사옥 건립 시 자판기 운영권도 노조 측에 넘기기로 했다. 상급단체 회의, 교육, 행사 등 각종 대외행사 참가도 노사 합의 시 근무로 인정하기로 했다.

28일 노동계와 재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타임오프제 시행에 앞서 이면합의로 기존 전임자 처우를 유지키로 합의한 사업장이 있다. 타임오프제가 시행되는 다음달 1일 이전까지 기존 전임자 처우를 유지하는 단협을 맺으라고 지침을 내린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서 두드러진다.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올 1월 1일 이후 단협이 만료된 사업장은 7월 1일 이전에 단협을 갱신해야 한다. 다만 7월 1일 이후라도 노사가 합의하면 소급 적용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임·단협이 진행 중인 170개 사업장 중 85곳의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85곳 중 500명 이상 사업장이 7곳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금속노조 산하 자동차부품업체가 많은 경북지역 대기업 협력업체를 이면합의 집중 단속대상으로 정했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달성군 일대 자동차부품회사들의 노조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면서 “특히 사업주를 상대로 타임오프제에 대해 법 위반 가능성이 크거나 이면합의 등이 발각되면 엄중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업장 노조들은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충북지역 하이닉스와 LG화학 등 대부분의 노조는 타사 움직임을 봐가면서 사측과 협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타임오프 한도를 수용한 사업장도 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경남 창원 비엔지스틸 노사는 지난 23일 임·단협을 체결하고 전임자 수를 기존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쌍용자동차 노사도 최근 타임오프 한도에 맞춰 전임자 수를 정하기로 합의했다.

◇쟁의행위로 타임오프 무력화=파업 등 실력행사를 통해 전임자 수 현행 유지 등을 관철시키려는 곳도 눈에 띈다. 경북 경주 소재 현대·기아차 부품공급 업체인 다스 노조는 노조전임자 수 현행유지를 주장하며 지난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측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26일 불법파업 중단과 개정 노조법 준수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파업 찬성을 가결한 기아차 노조에 이어 28일 GM대우 노조는 쟁위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7∼9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파업을 가결했다. 노동계에서는 파업이 가시화될 경우 현재 쟁의 수순을 밟고 있는 타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그룹 계열 사업장 중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 10여개사가 올해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아 쟁의절차를 밟고 있다. 타임오프제 적용시 유급 전임자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한 계열사의 경우 사측은 전임자들이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 근무 여부에 대한 연간 시간계획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노조는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원칙대로 다음달 1일부터 타임오프제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국내 자동차 핵심 부품사들인 만큼 파업투쟁이 성공할 경우 중소 업체들은 이면합의 등 노조의 불법 요구를 수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부품사 파업이 전체 금속노조 파업으로 이어지면 노동계의 노조법 재개정 투쟁도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노조법은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사용자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임금지급 현황 등을 살펴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사업장이 있는지 집중 점검할 것”이라며 “이면합의 등 불법한 정황이 드러나면 사업장 시정명령,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박재찬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