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신경 쓰지 마세요”… 월드컵 축구 실수한 선수들 홈피 악플러 글 삭제 요구 등 자정운동

입력 2010-06-28 22:06


“악플(악성 댓글) 단 분을 대신해서 사과 드립니다…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의 악플, 신경 쓰지 마세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홈페이지에는 28일 네티즌들의 특별한 격려가 이어졌다. 경기에서 저지른 실수를 비난하는 일부 네티즌의 ‘악플’에 용기를 잃지 말라는 당부였다. 네티즌들은 ‘악플러(악플을 남기는 사람)’에게 글을 지울 것을 요구하며 ‘인터넷 자정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사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이 패배로 끝난 27일 새벽, 일부 선수들의 홈페이지 방명록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정성룡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제발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식의 댓글이 올라왔다. 경기 막판 아쉽게 동점골 찬스를 놓친 공격수 이동국의 부인 이수진씨의 미니홈피에도 “8강이 코앞이었는데 욕이 저절로 나온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악플들은 곧 대다수 네티즌의 노력으로 묻히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악플에 비해 훨씬 많은 격려의 글을 남기며 악플이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선플’(착한 댓글)이 악플을 압도한 것이다. “선수들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느냐”며 악플러들을 꾸짖었고, 선수들에게는 “이런 글(악플)에 기분 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유리씨는 정성룡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계속 남기는 한 네티즌을 향해 “우리는 당신같이 개념없는 분을 보는 일 없길 바랍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악플 자정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월드컵을 끝낸 후보 선수들의 홈페이지를 찾아 선플을 남기기도 했다. 28일 생일을 맞은 골키퍼 김영광의 미니홈피에는 “다음 월드컵에서는 꼭 좋은 활약을 기대한다”는 격려가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수없이 이어졌다. 공격수 이승렬의 미니홈피에서는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2014년에는 세계를 놀라게 해 달라”는 응원이 펼쳐졌다. 경기에 나오지 못한 안정환 선수의 부인 이혜원씨의 미니홈피는 “그래도 안정환이 있어 한국 축구가 이만큼 발전했다”는 위로의 말로 가득했다.

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