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카드 히트치면 베끼기 상품으로 고객 빼앗기… 카드사 ‘출혈경쟁’ 고질병 재발
입력 2010-06-28 21:33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카드사들의 고질병인 ‘출혈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주유할인에 국한됐던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은 교통, 통신요금 할인에 이어 쇼핑전용 상품 등 거의 전 사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드사 간 적정 수준의 경쟁은 카드 이용고객에게 혜택으로 돌아오지만 경쟁이 지나쳐 출혈경쟁으로 번지면 2003년 카드사태처럼 국가경제 전체에 큰 악영향을 주게 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3개월마다 한번씩 10만원의 무료 쇼핑 혜택을 주는 카드가 출시되는 등 카드사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롯데카드는 전달 이용금액에 따라 롯데마트 이용 시 최고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롯데마트 DC100 카드’를 이날 출시했다. 전달 카드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3만원 할인은 물론 이와는 별도로 10만원어치의 상품을 공짜로 살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연간 1600만원을 사용하면 최대 7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게 롯데카드 측 설명이다. 불과 100여일 전 롯데카드가 ‘롯데DC 슈프림카드’를 출시하면서 할인 혜택을 최대 60만원으로 정했던 것과 비교해도 할인 폭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게 카드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카드사의 주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는 유흥업소 등 특수업종을 제외하면 대개 2∼3% 수준. 16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32만∼48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급결제를 위해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KB카드와 현대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가맹점 수수료보다 더 높은 5∼10%의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를 최근 잇따라 출시했다.
통신비 할인 카드가 인기를 끌자 더 높은 할인 폭을 제시하는 상품들도 잇따라 등장했다. 하나SK카드는 지난 3월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20만원 이상 5000원, 50만원 이상 7000원, 100만원 이상 1만2000원의 할인 혜택을 주는 터치 세븐카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이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현대카드는 KT와 제휴해 전달 이용금액이 20만원 이상이면 월 9000원의 할인 혜택을 주는 ‘쿡앤쇼-현대카드M’을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통신비를 최대 2만원까지 할인해주는 ‘생활愛카드’를 출시, 맞불을 놓은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LGT와 제휴해 새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의 블루 아멕스카드는 통신비를 자동이체하면 매월 이용대금의 1%를 횟수 제한 없이 캐시백해주고 있다.
업계 간 이미 과열경쟁이라는 얘기를 듣는 주유할인의 마지노선도 무너졌다. 삼성카드는 지난 3월 제휴 주유소에서 결제 시 최대 100원까지 할인해 주는 ‘삼성 카앤모아 카드’를 출시했다. 농협은 지난 5월 전국 주유소에서 이용금액의 5%를 적립해 주는 ‘채움모든(Modern)5카드’를 내놨다.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지난 27일 현재 ℓ당 1797.03원인 점을 감안하면 ℓ당 적립금액은 최대한도인 85원이다. 금융감독당국은 2007년 카드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해지자 주유할인 및 적립액을 각각 60원과 80포인트로 정하고 이를 어기지 못하도록 지도했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