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슬로시티연맹 부회장에 선출된 손대현 한국본부 위원장

입력 2010-06-28 18:12


“비유럽권에서는 2007년 한국이 처음으로 슬로시티에 가입해 아시아 슬로시티 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본과 중국으로 슬로시티를 확대해 주민들의 삶이 행복한 아시아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26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린 ‘2010 국제슬로시티연맹 한국총회’에서 임기 3년의 부회장으로 선출된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인 손대현(64·사진)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아시아권 인사로는 처음으로 국제슬로시티연맹의 부회장을 맡은 그는 슬로시티 지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가 슬로시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아래 국민들이 고통 받던 시절이었다. 1999년 국제슬로시티 운동이 시작되자 손 교수는 이탈리아를 찾아가 창시자인 파울로 사투르니니씨를 만났다. 이탈리아의 슬로시티 현장에 크게 감동을 받은 손 교수는 그를 한국에 초청했고 2007년 전남 담양 창평 등 4개 마을이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는 슬로시티 지정만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앞으로 도 단위로 2∼3개의 슬로시티를 지정해 전국적으로 20∼30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려면 26개 항목의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한 번 지정되면 영원히 가는 것이 아닙니다. 5년마다 재지정을 받아야 하며 3년 차에 중간평가도 받아야 합니다. 중간평가에서 탈락하면 후보군으로 전락하지요.”

슬로시티의 유형은 인구 5만명 이내의 슬로시티, 서울처럼 거대도시인 슬로시티 협력도시, 그리고 슬로시티 정신을 구현하는 슬로시티 협력기업 등 3가지.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남 하동 등 6개 슬로시티에 이어 협력도시인 부산과 협력기업인 태평염전이 있다. 손 교수는 연내에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도 남양주 조안리가 슬로시티에, 매일유업이 협력기업에 추가로 지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7일부터 29일까지 14개국 100여명의 슬로시티 전문가들과 함께 전국의 슬로시티를 안내하고 있는 손 교수는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한 것은 슬로시티 운동을 수용하고 그 철학을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한국총회에 옵서버로 참가한 일본 대표가 슬로시티 가입절차를 밟겠다고 신청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손 교수는 슬로시티의 기본 정신은 지역민들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며 “슬로시티를 찾는 관광객은 방문객이 아니라 손님으로 와야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