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許!! 許!! 許!!… “그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입력 2010-06-28 17:57

남아공 현지시간으로 27일 저녁(한국시간 28일 새벽) 허정무호 숙소인 루스텐버그 헌터스 레스트 호텔 레스토랑에 태극전사 23명과 대표팀 관계자, 대한축구협회 임원 등 50여명이 모였다. 남아공에서의 마지막 만찬이었다.

2007년 12월 허정무호가 출범한 이후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모인 적은 흔치 않았다. 선수들은 지난달 22일 먼저 한국을 떠나 일본-오스트리아-남아공으로 이어진 한 달 넘는 객지 생활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협회 임원들은 이번 대회 개막 이전에 남아공으로 직접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대한민국 선수단은 만찬에서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뜻)’를 느꼈다고 한다. 다들 아는 사이인데도 ‘남아공월드컵이 정말 이렇게 끝나는구나’를 실감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몇몇 관계자들은 태극전사들을 안아주며 “고생 많았다. 4년 뒤 브라질월드컵 때는 더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위로했다.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박지성은 “저희가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코칭스태프와, 특히 음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허 감독이 마이크를 받았다. “이 곳에서 이렇게 식사를 할 게 아니라 마음 같아선 여러분 가족들과 함께 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그 점이 좀 아쉽습니다.” 허 감독이 가족을 먼저 언급하자 집 생각이 더 나는 듯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만찬에 참석했던 대표팀 관계자는 소개했다.

허 감독은 “오랜 기간 정말 고생들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라며 선수단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맥주 건배가 오갔고, 선수들은 장비 담당 협회 직원 등 티 안나게 온갖 뒷바라지를 해준 사람들과 잔을 기울였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만찬이 끝났으나 이 호텔 바(bar)가 워낙 작은 규모여서 ‘2차’는 없었다고 한다.

태극전사들은 남아공의 기쁨과 아쉬움을 안고, 29일 오후 5시45분 인천공항에 내린다. 태극전사들은 곧바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해 해단식 및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겨 ‘국민 대축제, 특별생방송 남아공 월드컵 선수단 환영’ 행사에 참가한다. 선수단은 행사를 마친 뒤 해산한다.

포트엘리자베스=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