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여성 지도자
입력 2010-06-28 17:45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7-8월호에서 1년을 결산하는 최고의 주제로 ‘남성의 종언’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후기 산업사회의 열쇠는 체력과 스태미너, 마초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지능과 의사소통력, 평정심, 집중력인데 이 점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를 보여 여성들이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슨 마스텔라 CEO 마크 펜도 저서 ‘마이크로 트렌드’에서 비슷한 주장을 편다. 그는 여성들이 말로 먹고사는 직업인 언론 법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 언론계의 경우 기자 특파원 중 여성의 수가 지난 2005년 이미 50%를 넘어섰다. 남성들이 독차지했던 뉴스 앵커에서도 여성들이 절반을 넘고 있고 홍보분야에서도 여성이 약 70%를 차지했다.
말과 글을 통한 논변의 핵심 분야인 법조계에서도 여성 변호사의 증가는 대단하다. 마크 펜에 따르면 미국내 로스쿨 졸업생 가운데 여성은 매년 절반을 웃돈다. 로펌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변호사도 여성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직 여성의 진출이 미약한 곳은 경제계와 정치계다. 지난해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겨우 3%에 머물렀다. 하지만 CEO에 근접한 여성 고위 경영진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어 CEO 자리도 머지않아 여성들이 대거 점령하리라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계에서의 우먼파워도 꾸준한 상승세다. 지난주에는 호주에서 첫 여성 총리가 나왔다. ‘이민 온 광부의 딸’ 줄리아 길러드의 신데렐라 같은 부상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49세의 미혼 여성이 케빈 러드 전 총리를 밀어내고 하룻밤 새 총리가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길러드의 부상은 2000년대 이후 국제정치무대에서 약진해온 우먼파워 현상의 연속선상에 있다. 현재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엘런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전 세계적으로 10여명의 여성 총리 대통령이 활약하고 있다.
한국도 우먼파워가 급속히 커지고 있는 나라다. 각종 고시 등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위협한 지 오래다. 올해 외무고시에선 여성 합격자가 전체의 60%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은 여성 총리를 1명 배출했지만 대통령직엔 1명의 여성도 오르지 못했다. 언제 그런 날이 오게 될지 궁금하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