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로드 넘버원’ 이장우 역 맡은 소지섭, “이번엔 온몸으로 말하는 법 고민했어요”
입력 2010-06-28 21:25
28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33)에게서는 한류스타의 화려함보다 베테랑 연기자의 담백함이 묻어났다. 살짝 패인 볼과 검게 그을린 피부는 지난 6개월간 그의 생활을 짐작케 했다. 눈빛은 좀더 매서워졌고 말투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동안 군복만 입고 살아서 아직도 사복이 조금 어색해요. 별명이 ‘간지남’(옷을 잘 입는 멋진 남자)인데 이제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반 년 간 전국 군 부대와 촬영지를 누비며 MBC 드라마 ‘로드 넘버원’(수목 오후 9시55분)을 찍었다. 한국 전쟁이 발발한 1950년부터 휴전협정을 맺기까지의 전시상황을 그린 시대극으로 130억이 투입된 대작이다.
지난 23일 첫 방송을 혼자 봤다는 그는 “객관적으로 봐야하는데 그냥 보기만 해도 찍었던 기억들과 상황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마음에 와 닿아 너무 슬펐다”라고 말했다.
촬영일정에 쫓겨 쪽대본이 난무한 국내 드라마 풍토에서 100% 사전제작은 새로운 시도다. 그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촬영 상황이야 비슷하지만, 다음 상황을 알고 연기하는 것과 모른 채 쪽대본을 들고 연기하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났다”고 했다.
전작들에서 줄곧 선이 굵은 역을 맡아온 그는 이번에도 극한의 정신력과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가진 장교 이장우로 분했다. 빈농 태생의 하사관에서 전쟁 영웅으로 올라서는 이장우는 전쟁을 겪으며 광기를 드러낸다.
“진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의미있는 경험이었지요. ‘발리에서 생긴 일(2004·SBS)’을 통해서 연기를 알게 되고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KBS)’를 통해 연기가 좋아졌다면, ‘로드 넘버원’은 연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주었어요.”
그동안 연기를 할 때 바닥과 정면만 봤다면 이제는 하늘도 보게 됐다는 그는 “카메라에 잡히는 상반신 위주의 연기가 아니라 온 몸으로 말하는 법을 고민했다. 대사가 없어도 걷는 동작, 엎드리는 동작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진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30일 방송되는 3회부터는 6·25가 터지면서 헤어지고 연모해온 김수연(김하늘)과 전쟁터로 뛰어드는 장우의 고난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장우는 참혹한 전쟁터에서도 오로지 수연만 생각하며 고통을 감내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사지로 몰려도 한 사람만 바라보는 처절한 사랑을 해봐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젠 점점 사람을 만나기 힘든 것 같아요. 나이도 들고 배우이다 보니 환경 상 좋은 짝을 만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이상형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이다보니… 지금은 편안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 좋아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