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강 (21) 경쟁이라는 세속주의 휘말린 학교·학생들 안타까워

입력 2010-06-28 08:50


“물리학을 너무 사랑했는데 잘하지 못해 힘들다. 큰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데 가족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니…. 올해 초, 잘 알려진 과학자 한 분이 짧은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삶을 정리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연구 실적 부담이 얼마나 컸으면 사랑하는 가족과 선후배들과 안녕을 고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물리학부문 상을 받은 유명한 교수였다. 우리나라 초전도체 연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물리학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올해로 교수가 된 지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제야 교수사회의 명암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대학은 교수들의 연구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에 따라 승진 및 정년보장 등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미달되는 교수들에게 불이익과 심지어 해고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 행정 이 3가지 일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 교수들은 승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자신들의 창조성에 과부하를 걸고 있다. 모든 것이 경쟁 상태에 놓인 우리의 현실. 누군가 나보다 앞서면 나는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경쟁 논리 속에서 우리는 모두 초조해하며 우리의 한계를 넘는 투쟁 속에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일류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이 사회 분위기는 비명문대 출신을 ‘루저’라 보는데 문제가 있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맡는 직업과 직장을 가지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런데 학교 현실은 학교에서부터 앞서 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육신의 안목을 도모하는 악마적인 세속주의가 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분명한 목적의식이 없이 4년의 대학생활을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또한 학생들은 취직 준비와 대기업 입사시험 준비로 전공공부를 제대로 못하고 간신히 졸업한다.

상당수 교수들의 관심은 논문과 업적, 승진 및 연구비 수령 등에 맞춰져 있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세속적인 기준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대학의 경향에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대학을 향했을 때 대학은 자신들의 논리를 이용해 이를 덮어버린다.

그러나 하나님은 나에게 이러한 사회의 풍토와 구조 속에 휘말리지 않고 그것들의 불합리한 제약과 제도적 한계를 초월하게 하셨다. 생존의 수렁에서 초연하게 하셔서 내가 누릴 수 있는 영역과 자유함을 확보하게 하셨다.

나는 10분 이상 길게 기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도 없이 무의미하게 10분 이상도 보내지 않는다.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내 인생의 어느 때에서도, 그분과 연합된 인생이 되기를 희망한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믿음조차도 타인과 비교해 쌓아가려는 습성이 강하다. 일부는 남의 시선에 이끌려 자신을 단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구태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나태해지려는 신앙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

그리하여 거룩함에 부르심 받은 자로, 선택된 백성과, 충성스런 제사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나는 거룩한 나라의 백성으로, 구원받은 민족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사람으로 살기를 원한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