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홍 교수 "한국 장로교단, WCC 비판할 자격 있나"
입력 2010-06-28 16:30
[미션라이프] “분열 일삼는 한국 칼뱅주의자들이 WCC 비판할 자격 있나.”
양낙홍 고신대 교수가 한국 장로교가 교회 일치와 연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따끔하게 꼬집었다. 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성 박사)이 28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WCC)’ 주제 강연회를 통해서다. 이 자리엔 신학자와 목회자, 일반 성도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양 교수는 ‘WCC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한국 교회의 대응 방향’ 주제 강연에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간한 ‘한국의 종교 현황’ 자료를 인용해 “현재 한국 장로교는 242개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가장 보수적이고 정통적인 칼뱅주의자들이라고 자처하지만 장로교단들의 맹렬한 분리와 분열은 결코 칼뱅 신학의 지지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장로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그처럼 자랑하는 칼뱅의 교회론에 대해 전혀 인식이 없거나 알면서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교회의 일치와 분열에 대한 칼뱅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조그마한 한 나라에 장로교 간판을 걸고 있는 교단이 200개가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내 보수 장로교단들이 주장하는 ‘WCC는 수퍼 처치’ ‘세계 단일교회 추구’는 가능성도 없고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내 보수교단들이 2013년 WCC 부산 총회 개최를 반대하면서 내놓고 있는 WCC의 교회 일치와 연합운동 비판 논리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대신 “한국 교회가 기억해야 할 일은 교회 일치 운동 그 자체는 바람직한 것이요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부되어야 하는 경우는 기독교의 본질적 진리를 희생하는 대가로 일치를 추구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지금 한국 장로교회에 꼭 필요한 작업은 WCC가 수처 처치인가 아닌가, WCC가 세계 단일교회를 만들려는가 아닌가 하는 실현 가능성 없는 일을 두고 두려워하거나 부질없는 논란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 분열과 일치에 대한 칼뱅의 신학을 배워서 그의 에큐메니컬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강연회의 발제 초점은 ‘WCC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것과 ‘WCC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 ‘2013년 WCC 부산 총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 맞춰졌다.
참석자들은 WCC로 대표되는 에큐메니컬 운동(교회 일치운동)과 한국교회와 연관되는 문제를 신학과 교회 일치, 선교와 봉사, 세상 속에서의 제사장 역할과 예언자적 사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토론하며 팽팽한 찬반 논쟁을 이어갔다.
이형기 장신대 명예 교수는 WCC 에큐메니컬 운동의 본질과 성격을 소개하면서 “한국교회가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영남신대 교수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는 세계 교회의 축제인 동시에 한국교회 축제라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모든 피조물이 생명이 위협당하는 영적 위기의 시대에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WCC 총회를 통해 영성을 회복하고 생명을 사랑하도록 목자적 인도를 하는 시대적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희국 장신대 교수는 “2013년 WCC 부산 총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회들에게 한국교회의 실상과 부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반세기 이상 분열되고 온 한국 장로교회 교단들의 일치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WCC 에큐메니컬 운동을 비판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승구 합신대 교수는 “진정한 에큐메니컬 운동이기 위해서는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 진지하고 의미있게 다루어져야 한다”며 “실제 WCC 운동의 기본 문서나 예배에 삼위일체를 시사하는 어귀가 들어간다고 해서 이 모임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모임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길성 총신대 부총장은 WCC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특히 한국 장로교회는 WCC 이전 역사적 개혁주의 전통을 지켜 온 신학과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이런 문제를 두고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동으로 후원한 이번 강연회는 WCC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술원 이종성 원장은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 총회를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많은 성도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양 진영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무엇 때문에 찬성하는지,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명확히 밝혀 목회자 및 성도들의 입장 정리를 돕기 위해 이번 강연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