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새로운 논의’] 3년여 만에 새 돌파구… ‘쟁점’ 시각차 커 절충 난항 예고

입력 2010-06-27 18:3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미 FTA 쟁점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를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상반기에 한·미 FTA가 발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자동차 등 미국이 실무협의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는 ‘협정문대로 간다’는 입장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이 한·미 FTA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실무협의 제안 배경은=한·미 FTA 진전이 전시작전통제권 연기의 대가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 안보를 책임지는 대신에 얻고자 하는 요구 목록을 한·미 FTA를 둘러싼 경제 분야에서 찾겠다는 얘기다. 미국 의회는 자동차와 쇠고기 등에서 무역 불균형을 문제 삼아 비준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는 ‘실무협의는 재협상 의미가 아니다’ ‘재협상은 없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재협상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조정(adjustment)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조정의 경계선이 분명치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긴 발언이란 해석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중국과의 FTA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 FTA는 중국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관건은 ‘자동차, 쇠고기’=양국 간 논의가 시작되면 주요 쟁점은 단연 자동차와 쇠고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한·미 FTA가 타결된 뒤 협정문 서명식을 갖고도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었던 데에도 이 두 가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이 계속 이 분야에서 한국에 비해 얻는 효과가 적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자동차 부문의 비관세 장벽 문제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얼마만큼 양보할지가 관심사다. 우선 자동차에 대해선 한국이 관세 8%를 즉시 철폐키로 했기 때문에 더 개방하라는 압력을 가할 수 없다. 결국 관세가 아닌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 개편과 환경 기준, 안전 기준 등 비관세 부분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쇠고기도 뜨거운 감자다. 한·미 FTA 협상의 일부분은 아니지만 미국 측은 FTA 비준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이 문제를 수시로 거론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치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7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 문제는 FTA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쇠고기는 위생·검역의 문제로 FTA와는 별개이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폭을 확대하느냐 마느냐 여부는 국내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이지 미국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미국이 이 같은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우리도 농업 및 서비스 분야의 맞불 카드가 있다. 한·미 FTA가 국내 기업의 수출을 늘리고 소비자들에게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상품을 살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하는 한편 농업 분야엔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은 이미 수차례 나왔다. 또 서비스 분야에서는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과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약품 특허권 보장 강화 등이 한국 측에 불리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다음달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는 이번 논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1월 서울 정상회의 때까지 논의를 마치고 내년 초 미국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반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의 범위와 그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양측의 시각차가 작지 않아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미 FTA를 둘러싼 국내 여론이 아직 싸늘한 데다 지방선거 패배로 인한 현 정부의 정책추진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