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 동맹 중시 오바마, 반대하는 국방부 설득
입력 2010-06-27 18:24
한국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주장이 나올 때마다 그동안 미국의 공식 입장은 “예정대로 한다”는 것이었다. 2012년 4월 시간표에 맞춰 한·미 군당국 간에 차질 없이 준비가 진행 중이고, 군사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이나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 군 고위층들이 나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해야 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언급하는 등 미 국방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피력했었다.
그랬던 미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에 동의한 것이다. 이는 한반도 안보상황을 재평가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안보 이익을 감안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군사적 측면도 있지만, 한·미 동맹과 외교적 측면을 보다 적극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국무부는 국방부 내의 일부 강력한 반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작권 전환이 예정된 2012년은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하는 해이고, 한국과 미국, 중국의 중대한 정치적 스케줄이 예정돼 있어 한반도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한국 측 주장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행정부 내 일각에선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도발을 겪으면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또 이번 천안함 사건이 전작권 전환 연기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을 보다 신중하게 분석하는 계기가 됐다고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올 초부터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국방부 내 미묘한 변화를 지적하면서, 결국 올해 안에 국방부도 전작권 전환 연기에 동의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 2월 방한해 “한국 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 건 미국 측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었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확산 행위를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대북 확장 억지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캐나다 토론토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연기 합의를 발표하면서 “이는 우리에게 적절한 시간을 줄 것이다. 지금 안보 맥락에서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어느 정도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유연성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제한적 해외차출을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연합사 체제가 2015년까지 지속됨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재배치 계획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연기를 동의해 주는 대신 한국 측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이전 비용 추가, 아프간 파병, 미사일방어(MD)계획 참여 등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한국 내 반발 여론이 형성되는 등 한·미 간 갈등 현안으로 불거질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