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 전문가 찬반 팽팽… “北비대칭 전력 위협” vs “명분·실리 없는 억지”

입력 2010-06-27 20:30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이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점 연기를 놓고 찬반 입장이 분명하게 엇갈렸다. 찬성 측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사태 도발 등 비대칭 전력을 통한 위협의 점증과 대비태세 누수에 따른 불안 요인을 들어 전환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대 측에서는 전작권 전환 연기와 비대칭 전력 문제는 무관하고,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 증가, 아프간 파병 참여 요구 등 반대급부에 따른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리 역량 아직 시기상조… 시한 아예 못박지 말아야”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 나아가고 있고, 미사일 발사도 여러 차례 강행하고 있다. 최근 천안함 사태로 우리의 대비태세도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비대칭 전력 문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전작권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예 시한을 못박기보다는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받아오는 게 맞다. 최근 한반도는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오는 약간의 흔들림도 허용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다. 물론 전작권 전환을 연기할 경우 조정해야 할 요소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평택기지 이전 문제도 생각보다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고, 우리의 국방개혁 2020의 방향도 미래전에서의 지역적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어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방개혁에 필요한 620조원의 비용도 조달할 역량이 없다.

미국도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북한이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우리를 ‘괴뢰’라고 비난하겠지만, 한·미 연합전력이 여전히 발휘된다는 점을 북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방위비 분담 일부 늘겠지만 美의 추가적 신뢰 큰 의의”

그동안 양국 전문가 차원에서 간헐적으로 나왔던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제기돼 합의됐다는 데 우선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천안함 사태 이후로 한·미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 물밑에서 느꼈던 공감대를 공식 어젠다로 꺼내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미국이 (핵 공격에 대한) 확장 억지에 이어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신뢰를 보여준 조치지만, 우리로서는 전작권 전환이 연기돼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문제를 평택기지 이전과 연계해 기지가 완공될 때까지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든지, 미사일 방어(MD) 체제에 대한 참여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전작권 환수 연기는 미국의 확장억지 전략의 가시적인 상징 조치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론자들은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한·미연합사 체제가 계속돼 더 이상 도발하지 말라는 시그널도 북한에 줄 수 있을 것 같다.

“전작권 연기 한다고 ‘비대칭 전력’ 저절로 해결되나?”

핵과 같은 비대칭 무력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핵을 제거하는 과정이지 전작권 전환 연기가 될 수 없다. 비대칭 무력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전작권 환수를 연기한다는 것은 동일선상의 대응조치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겹겹이 핵우산을 쓰고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핵 5대 강국이 NPT에 가입한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적극적 안전보장(positive security assurance)’을 해주도록 돼 있다.

천안함 사태도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부실했던 것이지, 우리 군이 전작권을 가질 경우 그런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전작권이 넘어오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주한미군 철수 문제도 법적·군사적으로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주한미군이 부담하던 비용을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맞지 않다. 전작권을 전환하지 않아 미국이 재정적 불이익을 당한다면 미국은 응당 어떤 형태로든 우리에게 반대급부를 요구하지 않겠는가.

“일부 예비역 장성·관료 편협한 시각·고정관념 버려야”

2005년부터 공식 논의를 통해 양국이 서명, 날짜까지 정했는데 뚜렷한 설명 없이 갑자기 연기를 합의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내적으로 여론 수렴을 하지 않은 건 문제다. 또 연기할 명분과 실리도 없다. 일부 예비역 장성과 정부 인사의 고정 관념이고 편협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지, 군사적·전략적 판단과 객관적 분석에 근거한 게 아니다. 참여정부에서 연간 10% 이상 국방비를 증액한 것은 전작권 환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고 상당 부분 진척됐는데, 준비가 안 됐다는 것도 명분이 안 된다. 그럼 그동안 투자한 국방예산은 낭비한 것이냐. 천안함 사태도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와중에 일어난 것인데 이걸 대비하지 못했다면 연합작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전작권 전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전작권 환수로 미국 정보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 우리의 해·공군력을 균형 발전시켜야 한다. 연기에 따른 이득은 없는데 대가는 많이 치러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과 MD 체제 참여, 아프간전 참여 확대 등 미국이 요구할 반대급부에 상당한 혈세 낭비가 예상된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