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장하다… 세계가 놀란 빗속 투혼
입력 2010-06-27 18:42
16강전에서 석패한 태극 전사들의 표정에선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특히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기 힘든 노장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베테랑 수비수 이영표(33)는 “행복한 월드컵이었다”면서도 “(16강전은) 모든 것이 좋았고, 단 하나만 좋지 못했는데 그것이 결과였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2002년 한·일 대회부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이영표는 “부족하긴 했지만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은 최선을 다해 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다음 세대는 월드컵 16강이 아니라 8강 그 이상의 목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격려를 끝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물러났다.
주장으로 맹활약한 박지성(29)도 “졌다는 사실이 가장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나의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후회도 된다”며 “다음 월드컵은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4년 후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33세가 되는 박지성은 “대표팀은 올스타팀이 아니다.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며 이름값만으로 대표팀에 남아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기 후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아낸 차두리(30)는 “이번 경기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렇게 큰 무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울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불운과 부상을 딛고 어렵사리 대표팀 엔트리에 합류해 절치부심했던 이동국(31)은 “12년 동안 월드컵 무대를 기다려 왔는데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번 대회서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한 기성용(21)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고 보여준 것보다 더 잘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는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쌓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다음 월드컵을 기약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