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감독이 웃으며 박수칠 때마다 3만원” “한국이 져도 3만원”… 따뜻한 기부 월드컵

입력 2010-06-27 19:22


“한국이 이기면 3만원, 져도 3만원을 기부합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 한국과 우루과이 16강전 경기가 시작된 26일 오후 1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아름다운재단’이 주최한 특별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본인 예측이 적중하면 베팅한 금액을 소외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하는 이색 응원전 ‘오필승 코리아 나눔베팅 이벤트’였다.

이벤트에 참여한 70여명의 응원객들은 카페에 들어오면서 ‘∼하면 ∼를 기부합니다!’라고 적힌 용지에 자신이 예상하는 경기내용과 기부금액을 적었다. 인기드라마 ‘연애시대’를 촬영했던 한지승(47)씨는 “허정무 감독이 아이처럼 뛰는 모습을 보면 무척 즐겁고 마음이 환해진다”며 “허 감독이 웃으면서 박수칠 때마다 3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과 17일에 이어 이날까지 3차례 열린 기부 응원전에 모두 참석했다는 이지현(43)씨는 “함께 모여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응원을 통해 소외 청소년들까지 도울 수 있다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응원 열기는 수십만명이 모인 거리응원전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전반 8분쯤 우루과이가 첫 골을 넣자 카페 곳곳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 나왔다. 후반 23분쯤 이청용 선수가 만회골을 넣었을 땐 모두 얼싸안고 아이처럼 뛰며 기뻐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예측 결과에 상관없이 베팅 금액을 기부키로 했다. 회사원 김석곤(41)씨는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줘서 응원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며 “경기 결과 예상이 빗나갔지만 베팅한 금액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형(44)씨는 “1시에 경기가 종료되면 1만원을 기부한다고 적었다”며 “좋은 일에 기부금이 사용되는 것인 만큼 승패와 상관없이 기부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기부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배헌엽(34)씨는 “제 예상 스코어가 빗나가면 10만원 기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임의균(34)씨는 “북한이 이길 때마다 10만원씩 기부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날까지 3차례 기부응원전에 참여한 280여명의 베팅 금액 384만원 전액을 소외 아동과 청소년의 체육활동 지원사업에 사용하기로 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