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 지역사회봉사단 ‘의료나눔’ 현장] “아파도 참았는데… 참말로 고맙지라우”
입력 2010-06-27 18:51
“무릎이 아프면 버스 타고 다리 건너 강진에 있는 병원까지 가느라 온종일 걸렸는데, 이렇게 의사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와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남 완도군 약산면 장용리 주민 채이진(69)씨는 지난 22일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들 앞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약산면 섬마을에 수십명의 의료진이 ‘총출동’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의료봉사가 간간이 있긴 했지만 전문의는 2명 안팎이었고, 주민들이 원하는 내과나 정형외과 진료는 병원으로 찾아가야 했다.
전남 강진의료원 의료진은 약산복지회관에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60여명의 주민들을 세심하게 진찰했다. 내과·정형외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등 전문의 4명과 약사 1명, 간호사 3명, 의료기사 등 모두 17명이 참여했다.
강진의료원의 이번 전문 의료봉사는 전남도 사회복지협의회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지난 4월 본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김득린)가 맺은 ‘1004 지역사회봉사단’ 공동캠페인의 현장 가운데 한 곳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현재 16개 시·도에 1004개 지역사회봉사단을 꾸리는 중이다. 1004 봉사단은 참가 봉사자 및 단체를 직능별로 조직해 자원봉사를 노력봉사 위주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강진의료원 측은 많은 전문의들이 참여하게 돼 의료봉사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정기윤(31)씨는 “환자가 질환에 걸리게 된 동기나 요즘 생활 등을 전문의별로 크로스 체크할 수 있어 종합적인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복잡한 병원 수속을 밟을 필요 없이 간편하게 종합 진찰을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전남도 사회복지협의회는 도서벽지가 많은 전남의 특성을 감안, 전문 의료봉사를 강화하기 위해 강진의료원 등 도내 4개 병원과 1004 봉사단을 꾸렸다. 조만간 각종 검사 장비를 갖춘 이동진료차량도 구입할 계획이다.
이튿날인 23일 광주 주월동 윌링스유치원에서는 광주 사회복지협의회의 1004 봉사단으로 위촉된 이연안과의 ‘눈사랑 봉사’가 진행됐다. 유치원생 150명이 사시(눈쏠림), 약시, 부동시(좌우시력 비대칭),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등 안과 정밀 진단을 받았다.
호남에서 가장 큰 안과전문병원인 이연안과는 앞으로 의료봉사 대상을 지역 내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어린이 시설 등으로 확대해 안과질환을 조기 진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 지역의 전문 의료봉사단 구축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공동 협약식을 맺었다.
대한의사협회는 협약문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추진하는 1004 지역사회봉사단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봉사 활동 시 전국 시·도지부 간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완도·광주=글·사진 이상일, 장선욱 기자,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