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업 수 발표하며 명단은 미공개… 떠도는 ‘살생부’ 증시 혼란 가중
입력 2010-06-27 18:09
주식투자자들이 구조조정 변수에 헷갈리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명단이 시중에 나도는데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정확한 사명(社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설(說)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주말 12개사에 워크아웃설 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청했다. 답변기한은 28일 오전까지다. 같은 날 금융당국 등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를 65개로 발표했지만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해당 기업에 대한 관련 보도가 쏟아졌고, 주가는 요동을 쳤다. C등급(워크아웃)을 맞은 것으로 알려진 중앙건설은 하한가로 추락했고, 남광토건과 한일건설은 5∼10% 하락하며 버텼지만 시간외매매에서 하한가를 맞았다. 미주제강, 성원파이프, 중앙디자인 등도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D등급(퇴출) 의심을 받는 성지건설은 장중 상한가를 쳤지만 시간외매매에선 하한가로 추락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65개사 중 16개사는 증시에 상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구조조정 기업을 공개하지 않은 금융당국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증권 이창근 산업분석부장은 27일 “구조조정 의심 기업들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도 ‘채권은행에서 통보받은 바 없다’며 방어막을 칠 것”이라며 “시장참가자들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대충 예상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명단을 숨기는 것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투자정보가 유통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심증은 있지만 이 기업은 워크아웃 대상이라고 직접 말하지 못해 애매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다”며 “해당 기업 투자자나 주택계약자 전부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건설업종이나 조선·해운사가 포함된 운수창고업 종목 전체가 발목 잡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서치센터장은 “금융당국이 명단을 공개해 구조조정 이슈를 매듭졌어야 했는데 실패했다”며 “해당 업종의 중소형주 사이에서 구조조정 대상 찾기가 계속되면서 업종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