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 등록 우편으로 가능케 법 개정안 제출… “재외동포 높아진 위상 실감해요”
입력 2010-06-27 19:54
“정치인들 눈빛이 달라졌더군요, 절실한 표(票)로 인식하는 듯했습니다.”
원현희(48·사진) 아프리카·중동 한인회 총연합회 사무총장은 27일 재외 한인 유권자들이 선거인 등록을 우편으로 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지난주 끝난 ‘2010 세계 한인회장대회’ 얘기를 꺼냈다. 2007년에도 한인회장대회에 참석했던 원 사무총장은 2000년 아프리카 대륙 동쪽에 위치한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이주해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교민 사업가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교민사회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재외 한인 유권자들은 지난해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2012년 총선과 대선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한인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려면 선거인 등록과 투표 등 두 차례 재외공관을 방문토록 규정돼 있다. 해외 공관이 없는 마다가스카르 거주 한인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가야 한다. 비용은 대략 2000달러가 든다. 항공편이 드물고 요금도 비싸 숙박요금까지 계산하면 한 차례 남아공에 들어가는 데 1인당 1000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는 “적지 않은 돈인데 일부러 시간 내서 누가 투표할까요?”라고 반문했다.
만약 우편으로 선거인 등록을 하도록 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편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재외동포 대표들은 지난주 한인회장대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의원들이 화답한 것이다. 국내 정치권이 재외 동포들의 요구에 유례없이 신속히 대응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높아진 위상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각종 단체들이 난립해 이익집단이나 압력단체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교민사회가 분열되는 것도 걱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내년 1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아프리카·중동 지역 한인회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이니까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만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 된다는 말도 있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도 있으므로 더욱 성숙한 교민사회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다가스카르 소개를 부탁하자 ‘지구상 마지막 남은 보물섬’이라고 했다. 각종 보석의 원석과 니켈, 구리 등 광물이 풍부한데 미개발 지역이라는 의미다. 그는 “최근 각국의 자원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중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대사관을 중심으로 자원외교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 우리는 재외공관도 없이 가끔 자원외교 명목으로 방문하는 정치인의 활동이 전부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