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드컵 열정을 일상의 에너지로
입력 2010-06-27 20:24
6월의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드라이브가 막을 내렸다. 남아공의 명승부는 다음달까지 이어지지만 한국 축구팀은 8강 문턱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귀국 보따리를 쌌다. 원정 첫 16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와 주장 박지성 선수 등 용맹한 태극전사들이 일군 값진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남아공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축구강국들과의 차이가 골대 두께에 불과할 만큼 정상권에 근접해 있었다. 박주영의 슛이 골대에서 밖으로 튕긴 반면 우루과이 수아레스 선수가 쏜 볼은 골대를 맞고 네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 정도의 차이였다. 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희망의 신호로 읽혔다.
월드컵 경기는 축구의 힘을 확인한 기회이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숫자가 유엔 회원국보다 많다는 현실이 말해주듯 축구는 올림픽을 넘어서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였다. 그 것은 예술이었고, 그것을 보기 위해 모여든 군중은 ‘살아있는 거대한 그림’으로 꿈틀거렸다. 축구가 예전에는 성인 남성의 놀이였다면 이제 노인과 어린이, 여성까지 아우르는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했다.
우리에게 축구는 사회통합의 선물을 안겨주었다. 월드컵 개막식이 열린 지난 11일 이후 국민은 한마음이 되어 한국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골이 터질 때마다 울려 퍼진 함성은 지축을 흔들었다. 전국이 붉은 물결 속에 하나의 목표를 위해 어깨를 걸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아이콘이 연출해내는 일대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축구화가 뿜어낸 승리의 불꽃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축제보다 엄중한 현실이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내면화시켜 건강한 사회, 힘 있는 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을 때다. 월드컵 16강의 힘과 에너지를 가슴에 간직한 채 일상 속에서 각자의 기적을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