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아車 노조, 타임오프 훼손 말라

입력 2010-06-27 20:24

기아자동차 노조가 지난 24∼25일 조합원들의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기아차 노조가 24일 내놓은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쟁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의 결정은 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불법 파업이 된다는 뜻이다.

파업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노조의 전임자 급여지급 요구는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조법의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원칙 조항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개정 노조법의 전임자 무급 원칙 조항이란 무엇인가. 지난 1997년 법이 개정됐지만 이 조항의 시행은 노동계의 반발과 정부의 온정주의에 떼밀려 13년 동안이나 유예를 거듭했다.

따지고 보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사측이 제공하는 것은 노조 운동을 사측의 지원을 받아 행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대표적인 후진적 노사 관행인 셈이다. 따라서 개정법 적용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마침내 오는 7월부터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의 원안 관철은 이루지 못했다. 대신 새로 근무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노·사·정 타협안으로 도입됐다. 면제 한도는 정부가 고시로 정하고 면제 결정된 근무시간에 대해 사측은 급료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현재 181명의 전임자를 18명으로 줄여야 한다.

타임오프는 전임자 무급 원칙을 전제로 하면서도 최소한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마저도 무력화시키겠다는 노조의 행보는 초법적인 것이다. 특히 기아차 노조의 작금의 행태는 민주노총 소속의 금속노조와 사용자 측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대체 기아차 노조는 언제까지 사측에 기대어 노조 활동을 펼 셈인가. 제대로 된 노조 활동, 참된 노사 공존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기생적 노조 활동 관행은 옳지 않다. 더불어 사측도 회사 운영 정상화라는 당장의 이해득실에 치우쳐 개정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정부 또한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끝까지 지켜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