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옥선희] 홈스테이의 보람
입력 2010-06-27 20:23
지도 들고 두리번거리는 외국인만 보면 달려가 “May I help you?”라고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 말 뒤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대책도 없으면서 외국인만 보면 반가워서 어떻게든 말을 걸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북촌에 거주하는 외국인들과도 꼬박꼬박 인사하며 지내다보니 요즘은 “오랜만이네” “장 보러 가니?” 어쩌구 하면서 골목에서 한참 수다를 떨곤 한다.
세계 여행에 대한 동경에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일색의 한민족만 보고 사는 게 너무 지루해 나는 홈스테이를 시작했다. 홈스테이코리아(www.homestaykorea.com)와 한국관광공사(www.visitkorea.or.kr)에 호스트로 처음 가입했을 때는, 깔끔하고 예의 바르다는 일본 여성만 가려 받을 만큼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적과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홈스테이를 원하는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한국민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들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기에 홈스테이를 즐긴다.
서로 믿고 편하게 지내자는 게 나의 손님 접대법이라 외국인을 픽업한 후에는 여권번호를 적은 후 바로 내 집 열쇠를 내주고, 아침엔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에 반바지 차림으로 서로 “굿모닝!” 인사한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에 우유보다 우리식 일품요리 즉 떡, 떡국, 빈대떡 등에 과일과 커피를 준비한다. 나물 반찬은 똑같은 양념을 쓰는 다 같은 음식으로 여기는 데다 아침부터 마늘과 파가 들어간 나물과 김치를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하루 숙박비용은 아침 식사 포함해 3만원이 되지 않는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품위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0위라는 국가 위상에 환율, 그리고 호스트로서의 노력과 시간 투자를 생각하면 공짜나 다름없는 환대다.
나는 게스트에게 반드시 북촌을 안내해준다. ‘북촌 탐닉’이라는 책을 쓴 저자라는 프리미엄도 있어서 모두 나의 설명을 열심히 들어주고 질문도 많이 한다. 이처럼 별도의 관광안내 시에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지만, 북촌을 제대로 안내하는 게 서울을 올바로 홍보하는 길이라 여기기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
지난 주일에 떠난 독일인과는 수원성곽을 걸었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았으며, 삼계탕을 먹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우리나라와 그리스 축구 경기를 응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일 년에 한 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어 공부를 점검하는 그는 이번에도 감사 메일을 보냈다.
모든 호스트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럴 때 홈스테이하는 보람을 느낀다. 내 집을 거쳐 간 외국인과 찍은 사진을 보며 세계인으로 성장한다는 자부심도 갖는다. 홈스테이하기에 이상적인 마을 북촌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 국가에서 북촌의 호스트 유치에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