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노인목회 시누이·올케 목사, 그들의 작은 소망은 부엌 딸린 교회

입력 2010-06-27 19:53


서울 상도시장 안에는 10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섬겨온 특별한 교회가 있다. 시장 골목길 안에 자리잡은 안디옥교회는 매 주일과 화요일 오전 8시30분이면 노인 200여명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그들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교회를 맡고 있는 김정자(74) 김창희(65) 목사가 시누와 올케 사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노인들을 전문으로 섬기는 곳이다 보니 이 교회 설교는 주로 쉽고 재밌는 예화를 곁들여 노인들에게 소망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이다. 이들이 예수님을 알게 돼 변화되는 것이 이 교회와 두 목사의 보람이다.

두 목사는 “10년 전 인근 달동네 어르신들에게 연탄과 쌀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봉사를 하던 중 하나님의 뜻에 이끌려 이곳에 교회를 개척해 노인목회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는 매주 노란 봉투에 3000원 정도의 차비를 넣어 챙겨주고 있다. 또 이들의 건강을 챙기거나 사후 장례를 맡는 것도 이 교회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교회 운영은 쉽지 않았다. 예배시간에 “빨리 마치자” “지겹다” “아프다”는 등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아무 데서나 대소변을 보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문제가 생겨 병원에 싣고 가야 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서로 몸으로 싸우는 노인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질서가 잡혔다. 예배 시간에 불평이나 불만을 내놓는 이들보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최근엔 10명의 노인이 세례를 받고 착실히 신앙생활을 하기로 다짐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꿋꿋이 사역하는 두 목사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노인들에게 정성스럽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두 목사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02-823-9224).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