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강 (20) 수많은 냉대·차별·가난·질병에도 신세 한탄·원망안해
입력 2010-06-27 18:03
나는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냉대와 차별,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다. 내 발로 걸을 수 없었기에 목발을 짚었다. 단순한 나무 막대가 아니라 기적의 다리였다.
약자였기에 작은 것에 만족했다. 신세를 한탄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았다. 또한 내가 가진 만큼 사람들을 섬기며, 하나님 앞에 똑바로 서는 연습을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체면과 간판을 중요시 한다. 학위는 미래를 보장하고, 우리의 사회적 신분을 상승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세속적인 시각으로부터 기독교인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주시지 않는다. 분에 넘치는 복이나, 능력에 넘치는 자리를 주시지도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해로울 뿐 아니라, 주위 사람에게도 덕이 되지 않는다. 종국에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분은 우리가 그 복을 감당할 인격과 환경을 갖췄을 때, 선물 보따리를 전하신다.
2006년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이듬해 우리 부부에게는 천금보다 귀한 희망의 씨앗인 딸 하린이가 태어났다. 연말에는 분에 넘치는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하나님은 나에게 내가 하는 학문에서도 그를 의지하며 자고하지 않도록 이 상을 주신 것 같다.
나는 이 상을 계기로 내가 하는 학문에 더욱 충실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세계적인 학자들과 교류하다 보면 나의 학문기초가 얼마나 얇고 튼튼하지 못한가를 느낄 때가 많았다. 하나님은 이러한 나의 고민을 아시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고등과학원으로 인도하셨다.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나의 죽기 전에 주시옵소서. 곧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잠 30:7∼9)
고등과학원으로 옮기면서 자주 묵상하는 말씀이다. 주를 부인하지 않으며 믿음을 지켰던 솔로몬의 지혜에서 나는 항상 큰 가르침을 받는다. 그렇다. 크리스천 리더들은 매일매일의 삶을 경건하게, 주 앞에서 살며, 바울이 그랬듯이 로마의 셋방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천 지도자들은 먼저 실력을 쌓고, 아름다운 꿈을 가진 전도자가 돼야 한다.
학문을 할 때 우리를 쓰실 하나님의 일을 생각해야 하며, 학문을 이기적인 목적이 아닌 선한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 직업은 평생을 살며 바꿀 수도 있고, 새롭게 찾을 수도 있지만, 나의 나됨은 쉽게 바꿀 수도 없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그의 이름을 물었을 때 하나님은 그의 이름은 너무도 완벽하여 아무의 증거도 필요 없고, 영원하시며, 너무나 아름다우신 ‘존재’ 그 자체라고 하셨다.
우리는 누구인가? 항상 죄인으로 머물러 있는 그런 소극적인 크리스천이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소명은 ‘예수님 같이 되기’에서 찾아야 한다. 고난 속에 소망하고, 결핍 속에서도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던, 무한한 사랑을 그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는 날까지 겸손했던 그분을 본받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