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심·빛번짐 심하면 ‘원추 각막’ 의심

입력 2010-06-27 17:46

30대 이하 젊은층에서 시력 저하와 함께 평소 물체의 상이 뒤틀리거나 이중으로 겹쳐 보이고 낮에 눈부심, 밤에 빛번짐 현상이 심하다면 ‘원추 각막’을 한번쯤 의심해 봐야한다. 사춘기 때 주로 생겨 20∼30대에 진행이 빨라지는 원추 각막은 초기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단순히 눈이 나빠진 것으로 알고 안경 착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치하면 한창 사회 생활을 할 시기에 어려움을 겪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07∼2009년) 원추 각막 진단을 받은 환자 9151명을 분석한 결과, 무려 90%가 30대 이하였다. 원추 각막은 안구의 가장 바깥쪽 표면인 각막의 중심부 혹은 약간 아랫부분의 두께가 얇아지면서 원뿔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누네안과병원 최태훈 원장은 젊은층에 발병이 많은 이유에 대해 “젊은 사람의 각막이 나이 든 사람에 비해 더 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20대 때 라식 같은 시력교정 수술을 받으러 왔다가 수술 전 정밀검사를 통해 원추 각막을 우연히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발병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습관적인 눈비빔 행동이 각막에 충격을 가해 구조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잘못 처방된 콘택트 렌즈의 착용도 각막 모양의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최 원장은 “원추 각막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행이 멈추기도 하지만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경우 물 같은 액체가 각막에 스며드는 ‘각막 수종’이나 각막에 흰 얼룩 같은 것이 나타나는 ‘각막 백반’으로 악화돼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각막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성공률은 높은 편이지만 합병증과 거부 반응 등 가능성이 있고 시력 회복기간도 1년이나 걸려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각막 링삽입술’과 ‘콜라겐 교차결합술’이란 새 치료법이 도입돼 각막이식 수술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주고 있다. 각막 링삽입술은 각막 중심으로부터 바깥쪽에 링을 삽입해 각막 가장자리를 당겨줌으로써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각막을 편평하게 해 주는 수술이다. 콜라겐 교차결합술은 각막을 구성하는 콜라겐의 결합력을 높여주는 약물 ‘리보플라빈’을 각막내로 스며들게 해 그 위에 자외선을 쪼여주는 방법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