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수술’ 아무나 받는 것 아니다

입력 2010-06-27 17:51


비만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노출의 계절 여름을 맞아 ‘보디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면서 살 빼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올해는 특히 일정 기간 식이를 철저히 제한하는 ‘굶식파’와 동네 또는 직장 근처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병행하는 ‘헬스파’는 물론 비만클리닉을 방문, 수술도 불사하는 공격적 성향의 ‘병원파’가 눈에 띄게 급증해 주목된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복강경수술센터 이홍찬 교수는 27일 “최근 시원함을 강조한 과감한 노출 패션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탓인지 비만 수술 대상이 아닌데도 수술을 받겠다고 떼를 쓰는 환자들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개 의술의 힘을 빌려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해 각선미를 뽐내고 싶다는 의도다. 실제 요즘 비만클리닉을 찾는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다이어트 실패를 거듭 경험했거나 살빼기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고도비만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문제는 단기간에 전신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비만 수술은 누구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비만 수술에는 팔뚝 허벅지 옆구리 등 특정 부위 살을 빼는 지방흡입 수술과 복강경을 이용, 위의 크기를 줄이거나 음식물이 아예 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장으로 통과하게 만들어주는 베리아트릭 수술이 있다.

이 교수는 “이중 전신적으로 체중감소 효과가 나타나는 수술은 후자로, 체질량 지수(㎏/㎡)가 35이상인 고도비만자이거나 25∼34 사이 일반 비만자라도 제 2형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등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만 치료를 위해 수술을 고려할 때는 어떤 방식이 자신에 가장 적합한지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결정하는 게 좋다(별표 참조).

비만 수술은 크게 섭취제한술식과 흡수억제술식으로 나뉘고, 섭취제한술식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술되고 있는 랩 밴드 삽입술과 위 소매 절제술이 있다.

랩 밴드 삽입술은 위를 자르거나 소장과 연결하지 않고 위 상부에 밴드를 넣은 뒤 밴드 풍선을 부풀려 서서히 조여 위로 들어가는 음식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합병증이 생길 경우 언제든지 랩 밴드를 제거,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장점.

반면 위 소매 절제술은 위의 15∼20% 정도 되는 불룩한 오른쪽을 잘라내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이 조절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술 후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위가 다시 늘어나 체중이 늘어나고 몸매도 두꺼워지는 요요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단점. 소장을 우회해 음식이 흡수되는 장 길이를 짧게 만드는 ‘담·췌장 전환술(BPD)’도 이 같은 문제로 퇴출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루와이 위 우회술’은 이 같은 섭취제한술식과 흡수억제술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절충형이다. 이 수술의 원리는 위를 15∼20㏄ 크기의 작은 달걀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 소장에 직접 연결, 음식물이 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장으로 내려가도록 말 그대로 위를 우회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위의 크기가 줄어들어 음식 섭취량이 감소하고, 많이 먹을 경우 상복부가 부대끼기 때문에 식욕도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음식물이 위와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으므로 소화액과 접촉하는 기회가 줄어들어 비만으로 인한 칼로리 흡수를 최소화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