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발레의 거장과 만난다… 세계적 안무가 롤랑 프티作 국내 초연

입력 2010-06-27 17:42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86)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공연된다. 국립발레단이 7월 15일부터 18일까지 공연하는 ‘롤랑 프티의 밤’은 프티의 세 작품을 묶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다. 프티의 작품이 국내 발레단체에 의해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작품은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그리고 ‘카르멘’(사진)이다. 보통 유명 안무가의 작품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반해 프티의 작품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료하고 이해가 쉽다. 별도의 배경 지식이 없어도 그의 천재성을 감상하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젊은이와 죽음

1986년 개봉한 영화 ‘백야’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7분간 계속 춘 강렬한 춤 장면이다. 그 작품이 바로 ‘젊은이와 죽음’이다. 1946년 프티가 만든 이 작품은 죽음을 부르는 팜므파탈의 압박을 못 이기고 죽어가는 한 젊은이의 몸부림을 춤으로 담아내고 있다. 의자와 책상을 활용한 강렬하고 대담한 안무가 눈길을 잡아끈다.

예전에 이종원이 한 스포츠용품 광고에서 의자를 타고 넘는 장면도 이 작품에서 차용한 것이라 작품을 보면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작품의 특성상 남자무용수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탄탄한 기초와 뛰어난 기량으로 한국의 바리시니코프로 불리는 이원철과 국립발레단 차세대 에이스 이동훈이 번갈아 주인공으로 나선다.

#카르멘

‘카르멘’은 발레리나들에겐 꿈의 배역이다. 모든 작품을 망라해도 카르멘만큼 강렬하게 돋보이는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비제의 오페라로도 유명한 ‘카르멘’은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 도발적인 헤어스타일 등으로 1949년 런던 초연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프티의 ‘카르멘’은 육감적인 춤과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줄거리를 만드는 프티의 스타일을 정립한 작품으로 그가 남긴 작품 중 최고로 꼽힌다. 귀에 익숙한 음악에 관능적이면서 드라마틱한 춤은 기존 발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과 신선함으로 가득하다. 카르멘으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지영과 윤혜진이 나서 서로 다른 색깔의 카르멘을 무대에 선보인다.

#아를르의 여인

알퐁스 도데의 동명소설을 발레로 만든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르를 배경으로 하는 ‘아를르의 여인’은 이뤄지지 않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프레데리와 그의 약혼녀 비베트의 애틋하면서도 비장한 춤사위가 비제의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을 사로 잡는다. 사랑에 대한 번민으로 괴로워하는 프레데리가 마지막에 숨을 거두는 장면은 남자 무용수의 모든 에너지가 분출되는 장면으로 눈여겨 볼만한 명장면이다. 다른 두 작품보다 커플간의 조합이 더 도드라지는 작품으로 김주원 윤전일, 김리회 정영재 커플이 번갈아 공연한다.

이번 내한공연에 프티는 직접 오지 않지만 그와 함께 작업한 오리지널 스태프가 대거 내한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솔리스트 지도 트레이너 루이지 보니노, 코르드 지도 트레이너 장-필립 알노, 무대·조명 디자이너 장-미셸 데지레, 의상 디자이너 필립 비노 등이 국립발레단과 구슬땀을 흘리며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축하하며 16일 공연 전석 표 값을 50% 할인한다(02-587-6181).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