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대생 피살, 총체적 부실 수사가 禍 키웠다

입력 2010-06-27 19:59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범 김모(25)씨가 범행 1주일 전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7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6일 새벽 3시쯤 대구 범물동 한 아파트 후문 부근에서 길 가던 A씨(여·26)를 뒤에서 차로 들이받은 뒤 강제로 자신의 차에 태우려다 A씨가 반대편 차문을 열고 도망치는 바람에 납치하지 못했다.

이 사건이 일어났던 곳은 지난 23일 새벽 김씨가 여대생 이모(26)씨를 납치한 곳에서 불과 수백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A씨의 신고를 접한 경찰은 A씨가 폭행을 당한 뒤 차량에 태워졌다가 곧바로 내렸기 때문에 납치사건으로 판단하지 않고 단순하고 우발적인 폭력 사건으로 치부하는 등 흐지부지하게 처리하고 말았다. 비록 미수에 그친 사건이지만 경찰이 초기에 범인을 공개수사하고 인근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거나 순찰을 강화했더라면 제2의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경찰은 지난 24일 이씨 살해범 김씨를 검거한 후 두 사건이 범행 대상이나 시간 등에서 유사한 점에 주목, 김씨를 추궁한 끝에 “얼마 전 여성을 납치하려다 놓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 피살 수시간전인 23일 오후 7시22분쯤 달서구 월암동에서 김씨가 모는 흰색 모닝 승용차를 발견, 검문하려다 실패했으나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 주요 도로에서 검문검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씨의 한 유족은 “비슷한 시간대, 멀지 않은 장소에서 이미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경찰의 잘못된 대처와 허점투성이 수사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것 같아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대구=김상조 기자 sang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