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신학자 전호진 박사, "이런 선교가 한국 선교를 망치고 있다"
입력 2010-06-27 09:42
[미션라이프]“현지교회와 의논하지 않는 독불장군식의 선교 사역은 이제 그쳐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선교는 현지인들의 요구와 상관없이 교회를 개척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서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일입니다. 협력이 중요합니다. 특히 현지 크리스천 및 교회와의 연합은 절대적입니다.”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 전호진(70) 총장은 최근 프놈펜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현지 교회와의 철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한 한국 선교의 잘못은 현지 지도자를 키우지 않고 한국식 교회를 ‘선교사 자신의 주도로’ 세우는 것이다.
전 총장은 “진정으로 열매 맺는 선교란 선교지에서 현지인 지도자와 평신도를 키우는 것”이라며 “이들로 하여금 자국민을 위한 교회를 개척하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개척에 강한 열망을 갖는 한국인 선교사는 기존 교회와 협력해서 개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선교는 다름 아닌 ‘현지인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교신학계의 원로인 전 총장은 5년 전 고신 교단 총무를 끝으로 은퇴했다. 항상 선교지로 나가야겠다는 뜻을 늘 품고 있었던 그는 2008년부터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 2대 총장으로 사역하고 있다. 평안한 노후를 거부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최근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는 6명의 목회연구과정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1년 정도 기간이 지난 후에 목사 안수를 받고 사역 일선에 나서게 된다.
전 총장은 신학교의 첫 열매인 6명의 캄보디아인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7명의 평양신학교 1회 졸업생들이 한국교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처럼 이들 6명들도 훗날 캄보디아 교회사에 의미 있게 기록될 인물들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이 나라의 교회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전 총장은 조만간에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가 아시아신학협의회(ATA)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입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전 총장은 ‘아시아의 목회자는 아시아에서 키워야 한다’는 모토를 지닌 ATA에 가입한다는 것은 본격적인 신학교의 현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캄보디아 내에서 활동하던 국내 7개 장로교단 소속 한인 선교사들이 효과적인 선교를 하기 위해 세운 캄보디아장로교공의회도 높이 평가했다. 캄보디아장로교공의회를 통해 설립된 캄보디아장로교신학교야말로 연합운동의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상호간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연합 자체가 우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도 지적했다. “연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 안에서 연합하는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연합 지상주의를 외쳐서는 곤란합니다.”
전 총장은 “하나님의 축복을 흠뻑 받은 한국교회가 이제는 세계선교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면서 “지난 시절 받았던 사랑을 세계 각국에 나눠주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프놈펜(캄보디아)=국민일보 아이미션라이프 최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