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말기 환자에 獨 연방대법원 ‘죽을 권리’ 인정

입력 2010-06-26 01:31

독일 연방대법원은 25일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한 불치병 말기 환자는 원하면 죽을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법원은 안락사를 도운 혐의로 지난해 유죄 판결을 받은 볼프강 푸츠 변호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환자가 원할 경우 환자 보호자는 생명유지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비네 로이토이서 슈나렌베르거 독일 법무장관은 “오늘 판결로 자살 방조에서 소극적으로 무엇이 허용되고, 적극적 의미에서는 무엇이 금지되는지에 관한 근본적 문제가 법적으로 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이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으로, 존엄 있는 삶에 관한 핵심적 문제를 다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한 할머니는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 딸에게 인위적으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구두로 밝혔다. 딸은 푸츠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의 영양공급 튜브를 제거했다. 튜브는 나중에 다시 새것으로 교체됐으나 할머니는 2주 후 사망했다.

이에 딸과 푸츠 변호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법원은 딸에게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푸츠 변호사에게는 징역 9개월을 선고하고 집행을 유예했다.

독일 국민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안락사 프로그램에 따라 정신질환자와 신체장애인 7만명을 살해한 악몽 같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후 오랫동안 안락사 논의 자체가 금기시돼오다 1980년대부터 이슈화되면서 결국 대법원 판결로 허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밖에 스위스는 40년대부터 자살을 돕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영국은 지난 2월 안락사 조력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미국 오리건 주 등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