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수면 안정권 침해”-야 “촛불집회 금지법”… 줄다리기 팽팽한 집시법 개정안
입력 2010-06-25 18:32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문제로 파행을 겪었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5일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 차이로 개정 시한인 6월 30일까지 법안 처리를 못해 일몰 후 옥외집회를 규제하는 조항(집시법 제10조)이 아예 효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행안위원장과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전 국회 행안위원장실에서 만나 집시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지 않기로 구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강행처리 저지를 위해 전날부터 위원장석을 점거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해산했다. 여야 합의 직전에는 안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 회의장을 봉쇄해 “한나라당이 강행처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재개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야간집회 신고건수 52건 중 오후 11시 이후 집회가 끝난 것은 3건에 불과했다”며 “심야집회 필요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으로 몇몇 심야집회 때문에 생활 치안이 부실해지고 다수의 주거안정권과 수면안정권을 침해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데 왜 유독 야간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제한을 두느냐는 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같은 당 백원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 개정안은 한마디로 촛불집회금지법”이라며 “여권의 정치적 의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법안 조율에 나서기로 했으나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밤 11시∼다음날 새벽 6시까지 야간 옥외 집회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헌법불합치 판정이 내려진 집시법 10조는 폐기해 시간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맞서 있다. 다만 주택가·학교·군사시설 외에 집회 금지 장소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28, 29일로 잡혀 있는 본회의까지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행안위를 통과하더라도 민주당 위원장이 버티고 있는 법사위 통과가 힘들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권이 G20 회의를 앞두고 집시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킬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결국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