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형사 위주로 재편 가능성… 하도급 업체에 도산공포 번질 우려
입력 2010-06-25 18:20
정부의 건설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부실뇌관’ 제거라는 긍정적 측면과 ‘후유증’ 확산이라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의 경우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회사들로 관련 하도급 업체에 도산의 공포가 몰아칠 우려도 없지 않다. 또한 국내 건설업계는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 이번 방침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중견 건설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다수 포함된 것은 최근 2∼3년 사이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이 급증했고, 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가 주된 원인이다. 여기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해온 저축은행의 부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 건설경기 침체-자금난-PF 부실-자금난-저축은행 자금난 등이 연쇄작용을 한 것이다.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중견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건설사 퇴출이 하도급 및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구조조정 작업에서 워크아웃 대상이었던 11개 건설사의 경우 구조조정 발표 이후 극심한 자금난과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워크아웃에 포함됐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에서 정부나 채권단은 구조조정 발표로 인한 파급력과 그에 따른 해결책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워크아웃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공공 부문 수주가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공공건설수주 액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9.4% 감소했다. 예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민간 부문 수주가 예년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공공부문 수주 감소는 건설시장 전체의 축소로 이어진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시장 역시 대형사 위주로 수주가 이뤄져 중견사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추가 구조조정 발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언제 퇴출위기에 몰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그간 건설업계 스스로 부실을 키워온 측면이 큰 만큼 경기가 회복돼도 건설업계가 과거처럼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포함해 건설업계 내부의 문제 해결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