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건설사는…주택사업 비중 높은 중견 건설업체 주 타깃

입력 2010-06-25 21:48


정부가 25일 발표한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된 16개 건설사는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사가 대부분이다.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증가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한 금융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관련 하도급 업체에 줄도산 공포가 몰아칠 우려도 없지 않다. 또 국내 건설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중견 주택업체 구조조정 태풍=구조조정 대상 16개 건설사 중 200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 이내 업체는 모두 5개사다. 26위를 기록한 벽산건설을 비롯해 신동아건설(31위) 남광토건(38위) 한일건설(39위)은 C등급을 받았고 성지건설 등 7개 업체는 퇴출대상인 D등급을 받았다.

벽산건설은 ‘블루밍’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건설사로 주택사업 위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해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후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남광토건역시 19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졸업한 후 2008년 6월 대한전선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다.

신동아건설은 1977년 종합건설사로 출범한 후 1986년 여의도 63빌딩을 준공하는 등 이름을 알려왔다. ‘파밀리에’라는 자체 브랜드를 가진 신동아건설은 1999년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구속 이후 그룹이 해체되면서 2001년 일해토건에 매각됐다.

D등급을 받은 성지건설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형제의 난 이후 2008년 2월 인수한 시공능력평가 68위 기업이다. 지난해 박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장남인 박경원씨가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신규 수주가 신통치 않았다.

◇미분양과 PF에 발목=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주된 이유는 미분양과 PF 부실에 따른 자금난이다. 최근 2~3년 사이 주택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중견건설업체는 ‘부도의 시한폭탄’이었다.

벽산건설의 경우 주택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부산 온천, 수원 입북, 광주 운암 등 사업장에서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남광토건, 신동아건설, 청구의 경우 경기도 김포 신곡동에서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3800가구 규모의 도심개발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이 부실을 키웠다.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74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섰으나 분양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만 늘어갔다. 남광토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PF보증액이 1조5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건설은 최근 주택부문 비율을 20% 이내까지 축소했지만 서울 중학3구역, 진주 평거 4-3블록 등 1조원이 넘는 PF가 족쇄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력사 및 하도급 파산 우려=시공능력평가 50위권 이내의 중견사들이 대거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되면서 중견 건설사에 대한 자금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1, 2차 워크아웃에 포함됐던 기업들을 가장 괴롭혔던 것도 자금난이었다.

공공 부문 수주가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공공 수주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29.4% 감소했다. 재개발·재건축 시장 역시 대형사 위주로 수주가 이뤄져 중견사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는 국내 해외 모두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그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형사 위주로 건설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도급 및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300대 건설사 10%가 워크아웃 또는 부도 처리될 경우 3548개 협력사가 2조1600억원의 피해를 보고 1335개 하도급업체가 연쇄부도 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건설업계 스스로 부실을 키워온 측면이 크다”며 “구조조정을 포함해 건설업계 내부의 문제 해결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