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우리도 16강 진출” 日 열도 들썩
입력 2010-06-25 18:21
일본이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일본 역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다. 일본 열도는 ‘오카다 만세’를 외치며 열광했다.
한국과 일본이 원정 월드컵에서 함께 16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나라 가운데 누가 남아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인지를 겨루는 허정무-오카다 감독의 진검 승부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일본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루스텐버그 로열 바포켕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E조 조별리그 3차전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3대 1 승리를 거두고 조 2위(승점 6, 2승1패)로 1위 네덜란드(승점 9, 3승)와 함께 16강에 올랐다.
한국은 26일 우루과이, 일본은 오는 29일 파라과이를 상대로 16강전을 벌인다. 일본이 한국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허정무호에 자극이 됐다. 일본도 16강전을 먼저 치르는 한국이 8강에 오를 경우 사무라이 정신을 들먹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비슷한 상황을 연출했다. 당시에는 한국이 4강까지 올라 16강 진출에 그친 일본을 크게 앞섰다. 두 팀 모두 외국인 사령탑(한국 히딩크·일본 트루시에)이었고, 홈 월드컵 어드밴티지라는 비아시아권의 편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원정 대회로 치르고 있으며 사령탑 역시 내국인 감독들이 앉아 있다.
허 감독은 지난달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한·일전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일본이 남아공 출정식 홈경기에서 완패하자 일본 언론들은 오카다 감독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벌써부터 일본 차기 감독을 물색하고 있다는 기사로 오카다 감독의 속을 긁었다.
하지만 월드컵 뚜껑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카다 감독(2승1패)이 조별리그에서 허 감독(1승1무1패)보다 선전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대 4로 대패한 반면 일본은 네덜란드에 0대 1로 석패했다.
좀처럼 월드컵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던 일본 국민들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감격해했다. 오카다 감독을 비판하던 일본 언론들도 “오카다 감독이 해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일본 언론은 오카다 감독의 4강 진출 공언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2골을 넣어 일본을 16강에 올려놓은 ‘금발의 이단아’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는 일약 일본 축구의 영웅이 됐다.
더반=쿠키뉴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