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오찬·공원 산책 밀월무드… 美-러 “가까이… 더 가까이”

입력 2010-06-25 18:3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햄버거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허심탄회하게 진행된 이번 7번째 만남을 통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9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국 관계를 재설정(reset) 했다는 평가다.

◇햄버거 정상회담=오바마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을 끝낸 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레이즈 헬’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치즈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문해 나눠 먹었다. 양 정상의 깜짝 방문에 손님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파격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백악관 밖으로 나와 라파예트공원을 산책했으며, 인근 미 상공회의소까지도 공식 차량 대신 함께 걸어가는 파격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오늘 점심으로 버거를 같이 먹은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건강식은 아닌 것 같지만 맛은 매우 좋았다”고 화답했다.

◇“대북 제재 논의”=오바마 대통령과 베드베데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엔 제재를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상회담에서 중동 위기문제, 이란 핵 해법, 한반도의 상황, 키르기스스탄 문제를 비롯, 가장 중요한 세계 현안들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 대한 의견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러시아의 WTO 가입 지원 등 경제적 관계 강화다. 러시아의 WTO 가입은 30년 숙원 사업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WTO 가입을 지원하는 대신 보잉기 50대를 판매하는 실리를 챙겼다.

양국 정상은 러시아에 미국의 가금류 수출을 재개하는 데도 합의했다. 또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어 대(對) 테러전 공조를 위해 정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양국 경제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더욱 긴밀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고 신뢰를 표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프간 재건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