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언론 “6·25는 남침” 기사 삭제 해프닝

입력 2010-06-25 21:39

중국 관영언론에서 6·25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가 곧바로 삭제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선구도보(國際先驅導報)는 24일 한국전쟁 60주년 특집 기사에서 “1950년 6월 25일 북한 군대가 38선을 넘어 공격을 시작, 3일 후 서울이 함락됐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으로 북한이 먼저 남한을 침략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신문은 기사 뒷부분에서 한국전쟁 발생 상황을 일지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특집기사에서 북한의 남침에 관한 내용은 일지 형식의 첫 번째 한 문장 외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남침설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이 기사는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국제선구도보 및 신화통신 홈페이지는 물론 이를 퍼나른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도 모두 삭제됐다. 25일 오전 중국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한 결과 기사 제목은 뜨지만 실제 클릭해 보면 ‘삭제된 내용이므로 확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기사 삭제 소동은 중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그만큼 민감하게 판단한 때문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과거에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먼저 침략했다는 ‘북침’을 주장했으나 현재 사용되는 중국의 역사교과서에는 남침, 북침을 확실히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전쟁을 내전으로 규정하며 중국군의 참전 사실만을 별도로 기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글로벌타임스)도 비주류 사학자 선즈화(沈志華) 화둥(華東)사범대 역사학과 교수를 인용해 북한의 남침설을 보도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우리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고,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할 뿐 발생 원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대표적 관영언론 2곳에서 최근 잇따라 북한의 남침설을 명백히 보도한 것은 특별한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대표 관영언론이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북한의 남침 사실을 기술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의 대외입장을 대변하는 매체인 점을 감안하면 당국의 의중이 어느 정도 감안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통은 또 “중국 내 학자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남침설이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다”면서 “중국의 역사 서적이나 교과서에 이 같은 사실이 명확히 기재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