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D-5] 파업 초읽기 들어간 기아차…노조, 파업 찬반투표 가결
입력 2010-06-25 21:41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의 파업이 가결됐다.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 않겠지만 기아차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하면 1991년부터 20년 연속 파업 기록을 갖게 된다. 이 경우 잘 나가던 기아차는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
기아차 노조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요구 등을 담은 임·단협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측이 협상을 거부하자 파업수순을 밟아 왔다. 사측은 “전임자 등 문제는 법에 따를 뿐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대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도 7월 1일 개정 노조법에 따른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면제)제 시행을 앞두고 허용범위 외 전임자 급여지급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25일 5개 지회별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 참여자(2만7528명)의 71.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3만115명)의 65.7% 수준이다. 노조는 “사측은 투표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노조가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조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24일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기 때문. 중노위는 그동안 노사 교섭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노동쟁 상태로 볼 수 없어 쟁의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행정지도를 받으면 다시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하고, 이를 무시하고 파업하게 되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중노위는 “타임오프제와 관련해서는 노조법 제24조4항(단협 동의 시 전임자 급여지급)을 준수해 노사가 성실히 교섭하라”고 주문했다. 노조도 교섭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올 임·단협 교섭을 원만하게 풀기 위해 교섭을 요청해 온다면 교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초 노조는 지난 4월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지만 현행 전임자 수 보장과 급여지급 등의 요구가 담겨 있어 사측은 교섭 자체를 거부해 왔다. 사측 관계자는 “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찬반투표를 강행하는 등 불법파업에 나서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삼성, 현대·기아차, LG, 두산, GS칼텍스 등 20개 대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타임오프제 시행과 관련한 노조 요구에 (법률에 근거해) 원칙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이들은 특히 노조 전임자에게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벗어나 급여를 지원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이 문제로 사측이 처벌받지 않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경총 관계자는 “사측이 타임오프제를 벗어난 단협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고, 이미 노조 요구를 수용한 사업장은 노동위원회 시정명령을 통해 단협을 무효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