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김정남 전 감독 “우루과이전, 공만 쫓아다니지 말라”

입력 2010-06-25 18:09


무서운 얘기지만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가 한국전에 사용했던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루과이 선수들은 이미 한국-아르헨티나전 비디오 시청을 통해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움직임을 숙지했다고 봐야 합니다. 한국 선수들의 성향을 일일이 파악하는 것보다 한국전 승리 ‘모범 교과서’인 아르헨티나 전술을 따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승리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식 축구 구사할 듯

아르헨티나와 같은 남미팀인 우루과이는 마음만 먹으면 아르헨티나식 축구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오스카르 타바레스 우루과이 감독은 영리하고 차분한 사람입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전 때 어떻게 했나요. 아르헨티나는 한국의 미드필드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의 간격을 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한국의 미드필드, 수비 라인 간격이 넓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메시를 앞세워 우리 수비 라인 바로 앞까지 침투해 들어왔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한국 수비 라인과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추격해온 우리 미드필더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고 측면으로 볼을 보낸 뒤 골을 노리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한국의 오른쪽 수비 공간(아르헨티나 왼쪽 공격)이 자주 뚫린 것도 이런 아르헨티나 함정에 걸린 결과였습니다.

우루과이에도 수준급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있습니다. 단지 아르헨티나처럼 메시를 앞세워 세밀하게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측면에서의 빠르고 간결한 크로스를 통해 득점하는 팀이 우루과이입니다.

하지만 우루과이도 볼을 갖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와 마찬가지로 볼을 자꾸 돌리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우리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입니다. 한국의 밀집 수비를 분산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우루과이는 속도감 있는 패스로 한국 선수들이 볼에 시선을 빼앗기도록 유도한 뒤 자신들이 원하는 상황이 오면 간결하면서도 빠른 공격으로 골을 노릴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볼을 쫓아다녀서는 안 됩니다. 개인기가 좋은 우루과이 선수들은 볼 소유 능력이 좋아 웬만하면 볼을 뺏기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우리 선수들은 각자의 지역을 정해놓고, 협력 플레이로 우루과이 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철저한 지역 방어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골문 바로 앞에서는 우루과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맨투맨 형식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가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루과이는 6명 정도의 선수가 한번의 슈팅으로 득점이 가능한 지역 내에서 공격에 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수비 라인 4명을 포함해 박지성을 제외한 미드필더 3명이 우루과이 공격에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루과이 6명, 한국 7명 정도가 한국 진영에서 뒤엉켜 플레이를 하면 중앙선 근처는 상대적으로 한가해지게 됩니다. 박지성을 이곳에 위치시키는 것이 한국의 득점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박지성의 최대 장점은 활동량이 많아 우리 수비 진영에서 걷어내는 볼을 잡아낼 수 있는 공간 범위가 넓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박지성은 우루과이 측면으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줄 능력이 있습니다.

빠르게 측면 공략하면 득점 가능

박주영, 염기훈은 우루과이 측면으로 신속하게 빠져나가며 박지성의 패스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루과이 측면을 공략해야 합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골도 내주지 않은 우루과이 중앙 수비수 2명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박지성이 한국의 공수전환 플레이 링크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득점할 수 있습니다. 무승부로 맞선 뒤 승부차기로 8강행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우리는 우루과이보다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수문장 이운재의 선방으로 4강 신화를 이뤄낸 ‘짜릿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