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8강] 허정무 사자성어 출사표…결초보은=16강전 이겨 모든 분께 은혜 갚겠다
입력 2010-06-25 21:33
‘호시탐탐(虎視耽耽)·호시우보(虎視牛步)→파부침주(破釜沈舟)→결초보은(結草報恩).’
25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훈련하러 나온 허정무 감독은 우루과이 16강전 출사표를 ‘결초보은’이란 말로 대신했다.
허 감독은 “그동안 우리를 열렬히 응원해준 국민을 비롯해 선수를 길러준 부모님과 선생님,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모든 분께 은혜를 입었다”며 “결초보은의 심정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거사가 있을 때마다 허 감독은 자신의 심정과 다짐을 사자성어로 대신했다. 그는 지난 1월 초 경기도 파주의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새해 첫 훈련을 끝냈을 때 ‘호시탐탐’과 ‘호시우보’를 언급했었다. 호시탐탐은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이고, 호시우보는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판단하고 소처럼 신중하게 걷는다는 뜻이다. 호랑이가 상징 동물인 경인년 세초에 한국 대표팀을 호랑이에 빗댄 사자성어로 월드컵을 맞는 각오를 밝힌 것이었다.
허 감독이 지난 18일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거론한 ‘파부침주’는 싸움터에서 밥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었다. 더 이상 밥을 지어 먹을 수 없고 바다를 건너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죽기 살기로 싸워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허 감독은 “뜻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사자성어만한 말이 없다”며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어떤 메시지가 좋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허 감독 혼자 사자성어 찾기에 골몰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친구와 가족을 동원한다. 파부침주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통화하던 한국의 친지가 해준 말이었다.
허 감독은 이제 8강 진출을 노린다.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지만 눈에 띄는 축하연은 열지 않았다. 허 감독은 “파티는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다”며 “방심하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