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태형] 정의란 무엇인가
입력 2010-06-25 17:45
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라는 책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 제목인 ‘정의(Justice)’를 활자화한 것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샌델 교수의 정의론 강의는 하버드대에서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혔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매력적인 제목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했을 주제이기에 친숙함도 있다.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정의란 말은 남성들의 마초 본능을 자극한다. 한 대형서점의 집계결과 이 책 구매자의 70% 가까이가 남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샌델 교수는 먼저 상식적이고 친숙한 질문을 던진다. 가령 ‘공동체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서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낙태나 안락사, 장기 매매 등은 허용해야 하는가’ 등.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일단 혼란스럽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저자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경우 옳은 행위가 무엇인지 자문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판단한 근거와 그 ‘근거의 근거’가 되는 원칙을 찾으라고 한다. 다음으로 그 원칙을 반박하는 상황을 고려한 이후에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땅에서 정의는 철저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정의는 함부로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한 쪽에서의 정의가 다른 쪽에서 불의로 둔갑한다. 정의와 불의의 혼재 속에서 우리는 매일 “그건 올바르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하며, 듣고 있는가.
성경에서 의(義)로 번역되는 헬라어 단어가 디카이오수네(dikaiosune)다. 이 시대의 기독 지성인 댈러스 윌라드 박사는 크리스천들은 이 디카이오수네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카이오수네를 ‘한 사람을 진정 옳거나 선한 존재가 되게 해주는 그 무엇’이라고 풀이한다. 윌라드 박사에 따르면 그 선함은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를 통해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개인의 신념과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결과의 산물일 수 있는 이 땅의 정의와 디카이오수네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자들이라면 핏발선 눈으로 ‘정의’라는 단어를 쓰기에 앞서 자신 안에 하나님 나라가 존재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윌라드 박사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태형 i미션라이프부장 thlee@kmib.co.kr